고통은 늘 곁에 있다 ─ TES.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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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PL의 무대란 프로 선수에게 어떤 의미일까? 만 18세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369는 이것에 대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지난 해 11월 TOP 1군에서 스크림을 받은 후부터 그의 삶은 마치 고속열차를 타는 것과 같았고, 과거에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은 하나 둘씩, 그에게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언젠가는 나도 프로게이머가 되겠어." 학창 시절 겨우 골드에 속해 있던, '햇병아리'라는 ID를 가지고 있던 369가 동창생에게 지나가듯 한 소리이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정말로 그는 처음으로 데마시아컵 무대에 서게 되었다. 무대 아래에 인파가 몰려드는 것을 바라보며, 관객들이 라이벌인 IG를 연호하는 거대한 파도와 같은 응원 소리를 듣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우리를 응원해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이 응원 소리를 듣기 위해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바쳐왔다. 가장 친한 친구와의 작별, 더 큰 스트레스와 좌절, 그리고 스스로의 내면을 직시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고통은 언제나 그의 곁에서 함께했다. "프로로서 플레이한다는 건, 100일 중 99일 동안 당신이 실패하고, 오직 하루 중 단 한 시간만이 남았을 때 성공하는 것이다." LDL에서 LPL까지의 길을 걸어가는 369를 바라보며 P 코치는 이를 선수 개개인의 필수 코스라고 생각했다. "선수의 프로 생활에 있어, 온갖 부정적인 피드백이 함께할 거예요. 분명 많은 선수들은 은퇴할 때까지 이 사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죠."

 

 남들의 눈에 비친 그는, 2군에서 단 한 시즌만을 보낸 뒤 1군으로 승격해 LPL 출전 자격을 얻곤 스프링부터 선발로 나선데다, 정규시즌 3위, 플레이오프 4위라는 결과를 거둔 행운아다. 열여덟 살의 소년은 이후의 인생을 바꿀 기회를 얻었지만, 그는 기뻐할 겨를이라곤 없이 다음 전장으로 급히 달려가야만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는 18년을 살아왔는데, 그동안의 제 앞은 너무 평범하고 희미해서 올해가 되어서야 겨우 좀 빛이 나는 것 같아요."

 

 

 

 

 

 1. 포기, 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369는 계속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두가 그를 대립하여 서 있는 것만 같다.

 

 2018년 7월 리틀 P가 처음으로 이 선수를 찾아왔을 때의 상황이었다. 당시 그는 TOP에서 코치로 일하고 있었고, 한 번은 팀을 따라 유스팀 KOF를 찾아 KOF의 경기를 간단히 복기했다.

 

 복기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무척이나 강한 이 어린 소년의 모습에 주목했다. "사실 당시 게임에 대한 그의 이해가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팀 스타일이 지나치게 탑에 치우치느냐, 아니면 바텀 쪽으로 치우치느냐에 대해서는 사실 선택의 문제였을 뿐, 누구의 잘못도 없었죠.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변론을 하고 있는 거였어요." 리틀 P의 기억에 가장 남는 건, 그날 쉴새없이 그에게 말하던 369의 모습이었다. "P형,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나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 소년의 강한 승부욕을 바라보며, 리틀 P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조금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리틀 P는 그가 있던 팀에서 KOF로 옮겨져 369의 게임 멘토가 되었다. 이번 이직을 주도한 TOP의 매니저 궈하오는 369에 대해 좀 더 일찍 주목하기 시작한 사람이다.

 

 2018년 4월, 충칭에서 Snake와 경기가 있던 당시, 궈하오는 KOF를 보기 위해 LDL 경기장으로 향했다. 눈에 띄게 멋진 플레이 덕분에 그는 이 탑라이너가 369라는 ID를 가진 선수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굉장히 섬세하게 컨트롤했고, 대범하고, 서두르지 않았죠. 비록 체력이 굉장히 적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킬을 교묘하게 회피할 수 있었어요." 그때 궈하오는 생각했다, 이 아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당시는 369가 KOF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그는 2001년생으로 하이난에서 그의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자랐다. 가정과 성장 경력은 어린 시절의 369를 더 자유롭게 했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영향을 더욱 받기 쉽게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는 자신이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곤 기술 전문 학교에 가고 싶어했다. "기술이라도 하나 배워두면 굶어 죽지는 않겠지." 이후 그는 4년제 자동차 정비반에 다녔고, 공부를 마친 뒤 일을 도맡아 하곤 했다.

 

 기술 고등학교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그의 진로를 바꾸었을 때,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 길을 계속 따라간다면, 4년 후 369는 아마도 자동차 정비공이 될 것이었다. 당시 게임에서 어떤 네티즌이 그에게 친구 추가를 하고는, 네가 ID를 XXX로 바꾸고 매일 게임을 한다면 하루에 30위안을 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 369는 이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리그 오브 레전드'로도 돈을 벌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인터넷 사용료도 더욱 늘어났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다른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이 게임을 하면서 저는 굉장히 자부심을 느꼈어요." 당시 그의 랭크는 이미 다이아몬드였다.

 

 KOF에 가기 전, 369는 LGD와 VG, 총 두 개의 유스팀에서 머물렀지만 결과는 딱히 없었다. LGD에서 그는 "그때 팀 상태가 무척 좋지 않았다"라고 느꼈고, ME를 상대로 시티챔피언십에서 패하자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VG에 머물던 반년 동안, 그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라는 말을 다시 사용했다.

 

 언제나 희망은 눈에 보인 적도 없이 떠나가버리기만 하고, 또 다시 얼마간의 휴식 후에 달갑지 않게 다가온다──369의 프로 생활 초기의 요약이다. 2017년 말 VG를 떠나면서 그는 문득 자신이 프로의 길을 1년 반 동안이나 걸어왔는데도 명확한 성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 동안의 시간 속 자신에 대해 이렇게 느꼈다 : "노력도 부족했고, 결심한 마음가짐도 무겁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가 KOF에 들어갈 때, 그는 스스로에게 두 가지 목표를 세운다. 하나는 '7월 내 생일 전에 한국 서버 챌린저에 오르자'였고, 하나는 조금 더 어려웠다─'LPL에 들어가자.' 당시 369는 얼마든지 대우가 더 좋은 팀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KOF의 당시 매니저는 그를 설득하며 이렇게 말했다 : "실력만 있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결국 그는 KOF에 남게 됐다.

 

 4월,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369는 자율적으로 연습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다. 아침 8~9시에 일어나 새벽 1, 2시까지 계속 그는 랭겜을 돌렸다. "패배하고 나서도 스스로의 문제를 찾기 시작하니까, 머리도 그닥 굳지 않았죠."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5~6월의 시기, 369는 챌린저 등극에 성공하며 그의 첫 목표를 달성했다. 챌린저에 오른 그는 점수가 떨어질세라 제대로 게임을 돌리지 못하다가 감독의 격려에 또 다시 챌린저 50위 이내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2018년 LDL 서머 시즌을 앞두고 369는 말 그대로 훨훨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더군다가 스크림 성적도 좋아 자신감이 넘쳤다.

 

 6월 29일, 서머 첫 경기에서 KOF는 SHA에게 0-2로 패배했다. KOF는 7월 1일 다시 ME에게 패했다. 7월 14일, 한참 피드백을 거친 KOF는 다시 VTG에게 0-2로 패배했다. KOF는 이후 연패를 거듭하다 경기 시작 후 한 달이 지나서야 그들의 첫 BO3 승리를 신고했다. KOF는 전체 LDL 여름리그 14경기 중 3경기만을 승리할 수 있었다. 첫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ADC Xiaoying에게 인상깊게 남은 장면은, 경기장에서 나온 뒤, 안경을 벗은 369가 아무 말도 없이 털썩 주저앉은 모습이었다.

 

 스케줄이 진행되면서 패배의 고통은 더욱 커졌고, 솔랭 점수도 챌린저에서 1점 차로 강등되어 369는 이제 거의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서머 시즌 경기가 끝날 무렵 어느 날, 경기가 끝나자 369와 Xiaoying은 숙소로 돌아왔고, 불은 꺼져 있었다. 당시 369는 어둠 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Xiaoying이 어리둥절해 하자, 그는 이어서 말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차라리 은퇴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지는 않을까.

 

 "너 바보냐? 너 머리에 문제 있지." 그날 저녁, Xiaoying은 369에게 닭고기 탕을 듬뿍 먹였다.

 

 

 

 

 이후 369를 변화시킨 사람은 매니저 궈하오였다. 8월 25일, 궈하오와 팀원들이 충칭에서 열린 Snake와의 경기에 앞서 충칭으로 이동했다. 경기 전, 1군 선수들은 KOF가 쓰는 2층에서 훈련했다. 2군 전원은 1층에 모였고, 궈하오는 그들에게 앞으로의 프로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궈하오의 말은 무거웠다. 당시 그는 2군 선수 전원에게 말했다 : "만약 다음 시즌에 LDL에서 뛰고 싶거나, 혹은 월급만 받고 싶다거나, LDL에서 잘한다고 생각해서 팀이 월급을 조금 올려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팀에 별로 어울리지 않아." 이어서 그는 2층에서 훈련하고 있는 1군 팀원들을 가리켰다. "너희들의 목표는 쟤네들을 죽이고 저 자리에서 걷어차버리는 거야. 쟤네들을 해치운 다음에는, 쟤네가 해치우지 못한 사람들을 더 죽여버려야 하고. 너희들 중 누구라도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팀을 떠나."

 

 이 말을 할 때 369는 궈하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고, 궈하오의 말이 끝나자 그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궈하오는 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던 점을 그대로 집어줬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코치 P의 기억은 이랬다. 369의 반응이 특히나 격렬하자, 궈하오는 그를 연습실 밖으로 불러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궈하오에게 인상적이었던 건, 당시 369가 따라 나와 땅바닥을 주먹으로 치면서 또 다시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는 그때 걔한테 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봤고 걔가 대답하기를, 이전에는 다들 바이자하오(369 본명), 네가 이렇게 잘한다면 다음 시즌에 분명히 1군에 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요. 그들은 모두 제가 1군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 자신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즌이 끝난 지금, 컨디션도 너무 안 좋고, 점수도 오르질 않고, 챔피언 연습도 도저히 되질 않아요. 저한테는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것만 같아요."

 

 그 순간, 궈하오는 이 어린아이가 가장 크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몇 분 전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글썽이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고, '연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궈하오는 369에게 당장 생각나는 대로 극단적인 말을 골라 건넸다.

 

 "만약 이 유스팀에서 다음 시즌에 너조차 LPL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진출할 수 없을 거야."

 

 

 

 

 

 2. 우정, 이별

 

 

 2017년이 절반 정도 지나갔을 무렵, 협곡의 정상에서 우뚝 선 마스터, 장시성의 소년은 OMG에서 훈련 체험 기회를 얻었다. 멀리 저장성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는  불안해하며 아들을 데리고 상하이로 왔다. 처음으로 진짜 e스포츠 팀의 모습을 본 소년은 연신 감탄했다. "완전 멋있다!"

 

 OMG에서 훈련을 받은 2주는 무척이나 빨리 지나갔다. 일상적인 랭킹 게임을 제외하고 소년은 총 8번의 훈련 경기를 치를 수 있었는데, 진 경기가 이긴 경기보다 훨씬 많았다. 마지막 날 직원들은 그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통보했지만, 그는 이것이 완곡한 거절 방식인지 알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후, 아버지는 그가 팀과 주고받은 대화 기록을 보여주었다. 채팅창 속 상대는 소년이 고등학교를 먼저 졸업하고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건의하고 있었다. 그날 밤 소년은 매우 괴로워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날 밤 그는 생각했다, 공부 열심히 할 거 아니면 이런 생각은 하지도 말자.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이해하고 싶지 않은 상태였다." 이어 1년 동안 솔랭 점수가 점점 높아지면서,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부모님 몰래 이력서를 준비해 각종 유명 팀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2018년 3월 소년은 마침내 그의 이력서를 KOF 매니저에게 넘겨줄 기회를 얻었다.어머니와 할머니는 학업을 그만두는 것을 반대했지만 결국 아빠의 권유에 마지못해 넘어갔다. 당시 외지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위챗으로 그에게 조언했다. 이 길을 선택한 이상, 중도에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해.

 

 소년은 3월 말 장시에서 충칭으로 건너와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 팀에는 또 하나의 통통한 소년이 들어왔다. 소년인 느낀 그의 첫인상은 '어리숙함'이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좀 수줍음을 많이 탔던 기억이 나지만, 상대방은 매사 열성적인 듯 모두에게 활달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후 두 사람의 자리는 바로 옆자리로 배정되었다.

 

 소년은 Xiaoying이고, 이후에 온 통통한 소년은 369였다. 그 후로 이 두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우정은 학교 생활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미 사회에 진출한 프로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소중한 의미예요. 어떤 선수들은 단지 동료 관계일 뿐이기도 하고, 어떤 선수들은 단지 함께 게임하는 것일 뿐이기도 해서,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코치 P는 369와 Xiaoying의 성격상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프로게이머를 한다는 건 다섯 사람이 솔랭을 돌리는 게 아니에요. 이 다섯 사람은 함께 생활하는 전우죠. 만약 이 과정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속박을 느끼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어요."

 

 남자아이들의 우정은 솔랭 점수, 전적, 기상시간까지 서로 비교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가끔 369가 멋진 플레이를 하면, 그는 Xiaoying에게 묻는다. 방금 이거 봤냐? Xiaoying은 그를 바라보지만, 입으로는 이렇게 대답한다. 야 이건 손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 

 

 물론 함께 하는 순간도 존재한다. 2018년 충칭의 여름은 무척이나 무더워 "반팔 반바지를 입어도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매일 오후 5시 반 스크림이 끝나면 Xiaoying과 369 두 사람은 평소와 같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편의점에서 청량음료를 사러 간다. 멀지 않은 길을 두 소년은 천천히 걸으며 게임과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3위안 짜리 아이스크림을 물고 클럽에 들어가 훈련을 계속한다. 자정이 되어 훈련이 끝나면, 둘은 같이 올라가 숙소로 돌아오고, 자기 전까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얘기를 나누느냐는 당시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당시 LDL에서 KOF의 성적은 좋지 않았고, 프로에 갓 데뷔한 신인선수들은 연패에 시달렸다. 3위안짜리 아이스크림과 잠들기 전까지 떨던 수다는 그 시절 그들에게 몇 안 되는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9월 2일 충칭에서 KOF의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샤오응과 369의 첫 LDL 경기 스코어는 3승 11패로, 서부 컨퍼런스 중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정규 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서는 선수들에게 1군 TOP 팀에게는 2개월, 2군 KOF에겐 1개월 반의 긴 휴가를 줬다. 휴가가 시작되기 전, 369는 Xiaoying에게 물었다. 집에 갈 거야? Xiaoying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휴가 시간을 따로 연습해서 잘해보기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 당시 그는 단 한 번도 한국 서버에서 챌린저를 달성한 적 없었기에, 그의 목표는 자연스레 그것으로 정해졌다. 휴가가 시작되자 369는 하이난으로 돌아갔고, Xiaoying은 숙소에 혼자 남아 있었다. "만약 진짜 두 달 동안 그랬더라면, 아마 제가 죽었겠죠."

 

 며칠 후, 갑자기 369가 위챗으로 그에게 지금 숙소로 가고 있다고 알렸다. "그때는 워낙 막막했던지라, 며칠 동안 집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뭔가 결심을 하게 돼서 바로 가서 게임하고 싶어졌죠." 밤새 숙소로 돌아온 뒤, 369와 Xiaoying은 휴가 내내 연습에 매달렸다. 매일 정오에 일어나 새벽까지 훈련하고, 자기 전에는 잠깐 다른 게임을 하고, 그 다음 날도 계속 똑같이. 밥을 해주시는 이모님도 없이 두 사람은 매일 배달을 시켜 먹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게임에만 몰두한 한 달 반은 두 소년에게 침전의 과정이었다. 그 동안 Xiaoying은 369의 점수를 훔쳐보며 지금 상대방이 어떤 수준인지 알아보고는 했다. "쟤는 날 훔쳐보지 않겠지, 왜냐면 난 쟤보다 점수가 낮으니까." 한 달 반이 지나자, Xiaoying은 여전히 챌린저까지 2~300포인트가 모자랐고, 369는 마스터에서 다시 챌린저로 복귀할 수 있었다.

 

 휴가 내내 구단에는 스태프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코치 P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휴가가 끝나고 매니저 궈하오는 코치 P으로부터 369의 전적을 캡처한 스크린샷을 받았다─그는 챌린저 700점이었다. 그는 캡처를 보더니 P에게 답장했다: 그러면, 얘 콜업할까?

 

 2018년 11월, 1군으로부터 정식 시범 훈련 통보를 받은 369는 KOF 때 세운 두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 떠나는 날, 그는 아침 일찍 짐을 챙겨 충칭에서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같은 날 정오, Xiaoying이 깨어난 뒤 자신의 아랫층 침대를 보았다. 그의 친한 친구의 침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지만, 훈련 테이블의 키보드와 마우스는 자취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그는 369는 정말로 떠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앞서 어느 날, 369는 그에게 자신이 1군으로 간다고 말했지만, Xiaoying은 단지 상대방이 농담으로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진짜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그는 친한 친구 앞에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울기 시작했다.

 

 "네가 올라가서 기쁘지만, 지금, 나는 정말로 기쁘지 않아."

 

 

 

 

 3. 고통, 변화

 

 

 369가 1군으로 콜업된 후, Xiaoying의 마음은 연신 복잡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없어진 그는 괴롭고 외로웠다. 한편 369가 2018년 말 NEST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치는 것을 보고, 그는 "나도 저렇게 잘 싸워야만 쟤와 함께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코치 P의 관찰에 따르면 369가 가고 난 뒤 Xiaoying은 게임에 있어 집중력이 높아졌다.

 

 다른 한편, 상하이의 1군으로 간 369는 전혀 다른 일을 겪고 있었다. 그가 팀에 들어오자마자 매니저 궈하오는 369와 미드 Knight9를 같은 방으로 배정했다. 그는 369가 Knight9의 집중력과 향상심(精益求精, 훌륭한데도 더 훌륭하려 애쓰다)을 배우기를 바랐다.

 

 그 후, '최종 심사'의 날이 다가왔다. TOP는 2018년이 끝날 무렵 NEST와 데마시안 컵 대회에 참가했다. 369는 문득 주변 팀 동료들이 한 단계 올라선 것을 발견했고, 자신이 '제대로 섞이지 않은 건 아닐까'란 생각을 했지만 어째서인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더 큰 무대는 더 많은 팬과 관심들을 가져다주었다. 369는 웨이보로 자신이 잘한다는 댓글에 몰래 좋아요를 눌러주기도 했다. 이후 이것을 발견한 후, 궈하오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나중에 그가 369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대는 쑥쓰러운 듯이 말했다 : "호형, 내가 좀 막... 마음이 하늘에 가 있긴 했어. 나중에 내가 또 그러는 거 보면, 그냥 한 번 찔러줘."

 

 

 

 

 아직 1군과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369가 떠난 후에도 KOF에 있던 코치 P는 여전히 KOF에 있는 Xiaoying에게 상대의 상황을 자주 알려주고는 했다. 2019년 스프링 시즌 초반, Xiaoying에게 코치 P는 "369가 저기서 많이 운다더라."라고 전해주었고, 이번엔 스프링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이렇게 전해주었다. "요즘 369가 좀 거만해졌다던데."

 

 "거만해지는 건 고통의 시작이에요." 369는 스스로를 회상했다. 스프링 시즌의 시작 전, 플레이오프에서 IG를 만났을 때, 서머 시즌에 다시 IG를 만났을 때, 그리고 리프트 오브 라이벌즈에 이어,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LGD를 만났을 때── 369 자신이 그린 타임라인이다. "올해 지금까지 제가 총 20번의 고통을 겪었다면, 아마 17개가 이 안에 있을 거예요." 이후 거만함을 이유로 스스로가 곤두박질쳤을 때, 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2시에 잠자리에 들면 4시에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무능." 그는 당시의 자신을 그렇게 표현했다.

 

 공식 입단 후 스프링 시즌 출전까지 매니저 궈하오와 369는 무척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항상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눴고, 틈만 나면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궈하오는 이 어린아이가 좀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여기서 외로움이란 남들이 그를 따돌리거나 해서 생긴 그런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는 자기 자신을 완전한 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요." 이전에 그와 잡담을 나눴을 당시, 궈하오는 그에게 소식의 <조착론晁错论>에 나오는 고문 두 구절을 알려준 적이 있다. 첫 구절은 "예로부터 큰일을 세운 사람은 초세지재(세인을 능가하는 재능을 지닌 천재)만이 아니라, 반드시 견인분발(매우 강한 의지)의 의지가 있었다." 두 번째 구절은 "세상의 군자는, 큰 공을 세우기 위하지만, 그 자신을 위해선 어떠한 계책도 없다." 이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을 너무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두 마디의 고사와 그 뒤에 숨은 뜻은, 모두 궈하오가 당시 369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했던 말이다.

 

 유스팀 코치 P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그가 본 369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자신을 의식적으로 보호하려 할 때가 있었다. "LDL에서 처음으로 챌린저에서 강등당했을 당시, 그는 저한테 경기장에 나서기 싫다면서, 자신이 나오면 제대로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어요."

 

 거만함에서 고통으로, 그리고 고통은 이후 컨디션 저하로 이어지며 바로 성적에 반영되었다. 스프링 시즌 IG를 상대한 플레이오프에서, 369는 2세트가 끝나자 교체되었다. "화약통이 전부 터져버린 거죠."1)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LCK의 탑라이너 Nuguri를 상대할 당시, 369는 라인전에서 우세를 보였지만 한타에서는 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 Nuguri는 정말로 넘어서고 싶은 상대였다. 스프링 시즌 당시 궈하오는 Nuguri를 예로 들며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이 선수가 이렇게나 강한데, 어째서 다른 탑라이너인 Flame이 여전히 경기에 나오고, 심지어 그의 팀 동료들도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걸까?

 

 리프트 오브 라이벌즈에서 DWG을 상대한 날, 경기가 끝난 뒤 감독인 Crescent는 연습실로 돌아와 다음 날 출전 선수 명단을 결정했다. 이날 저녁의 연습 경기에서, 탑라이너는 Moyu였다──연습 경기가 없다는 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리프트 오브 라이벌즈 대회 기간 동안, 팀 전체가 1군 팀의 상대 팀의 자료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코치 P는 KOF에서 서울 전선으로 발령이 났다. 그날 369는 교체 멤버였고, 이날 리틀 P와 두 사람은 경기장에 주저앉아 경기를 모두 지켜보았다. 당시 리틀 P에게 인상적었던 장면은 바로 369가 옆에 있던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P형"이라고 부른 뒤 깊은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었다.

 

 "사실 선수를 탓하면 안 될 때도 있어요. 그는 과거에 언제나 이렇게 해왔었는데 지금 바로 그걸 고치라고 한다니, 이건 정말 불가능하죠. 천천히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해요. 저는 그가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과거의 안 좋은 점들이 바뀌어 나갈 거고, 더 나은 사람이 되며, 진정한 팀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369가 자신에게 탄식하는 것을 본 후, 지금의 P는 그에게 더 큰 위로를 주는 대신 그에게 간결하게 말했을 뿐이다 : "괜찮아. 이 경험은 네게 무척이나 귀중한 거야. 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꼭 잡아야 해."

 

 리프트 오브 라이벌즈가 끝난 뒤 KOF로 복귀한 P는 여전히 유스팀의 감독이지만 LPL에서의 369의 경기를 계속 지켜볼 계획이다. 이후 그는 서머 시즌, 369가 자신의 활약을 보여주기는 힘든 챔피언을 픽해, 세부적인 부분 처리에서 팀원들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것을 보곤 뿌듯해졌다.

 

 "모름지기 사람은 한 번 겪은 후에야 알 수 있는 게 있어요." 이런 경험을 하고도 369는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내가 제대로 잘하지 못해서 더 멀리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컨디션이 더 좋았더라면, 아마 저희는 결승까지도 갈 수 있었을 텐데."

 

 

1) 그 당시 스프링 플레이오프 1세트에서 369는 갱플랭크로 더샤이 라이즈한테 개발살이 남. 화약통에 비유한 거

 

 

 

 

 

 

 4. 에필로그

 

 

 2019년의 새해 첫날 전후로, TOP 유스 팀은 충칭에서 상해로 이주하여 1군과 같은 동네에 있으며, 두 연습실을 오가는 데에는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사 이후 지금까지 1군의 369와 2군의 Xiaoying은 7~8차례 만났고, 두 사람은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곤 했다. 둘의 만남은 매번 369가 자진해서 Xiaoying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2군 선수들에게 1군 기지는 신성한 존재죠." 코치 P는 말했다.

 

 궈하오는 여전히 369와 수다를 떨지만, 지금은 경청자 역할을 더 많이 맡고는 한다. 그간 그는 369에게 조금 엄격하게 대하는 편이었는데, 상대방이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궈하오는 지금은 방식을 바꾸어 상대가 입을 열게 하는 쪽을 택했다.

 

 369로 돌아와보자. 마지막으로 만났을 당시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담담했고, 특히 그가 올해 겪었던 불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욱 그랬다. "1년 전 쯤에 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게 많은 걸 겪었으면서도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어요." 2019년은 그에게 있어 너무 충실한 시기였던 나머지, 그는 상처의 통증에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전투로 달려가야만 했다.

 

 프로 선수들은 대개 코치 P가 말했듯, "프로 생활 전체에 있어, 온갖 부정적인 피드백이 함께할 것이다." "그것들 중 어떤 것들은 당신을 떠나지 않고 영원히 주위를 맴돌겠지만, 당신이 그것 때문에 영향을 받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그러니 그건, 당신이 부정적인 피드백에 직면하고 당신 스스로와 친구가 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겠죠."

 

 369는 찾았는가? 찾았을지도 모르고, 혹은 아직 그 과정을 걸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자신이 겪은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재밌다"라고 대답했다. "당신이 지금 와서 학교를 다녔을 적의 슬펐던 일을 말한다면, 당신도 재밌을 거예요. 당시엔 고통스러웠더라도, 지금 와서 보면 고통이 그렇게까지 깊어 보이지 않는 것처럼요."

 

 그에게 지금의 자신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산을 오르는 동작을 해 보였다.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계속 기어 올라가야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해요."

 

 

 

 

1. 당신은 당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 FPX.Crisp

2. 주장 LvMao와 그가 걸어온 굽은 길 ─ JDG.LvMao

 

 

다음 편 누구려나... 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