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랜 친구여 ─ 2020 LPL 스프링 결승 칼럼

 

 

칼럼 링크

 

 

 2020년 4월 29일,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후 FPX 정글 Tian은 "계속 이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글을 올렸고, 절친한 친구인 TES 미드 Knight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 "그러게."

 당초 4강전을 앞두고 과거 같은 팀원이었던 Knight와 Tian 콤비가 결승 무대에서 맞붙어 흥미진진한 '제 손으로 오랜 동료를 베는' 드라마를 펼칠 것으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JackeyLove가 TES를 이끌고 그의 고향이었던 IG를 탈락시켰고, Doinb가 속한 FPX는 그의 오랜 친정팀 JDG에 밀려 4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LPL은 하나의 원과도 같다. 오랜 친구를 한 명 물리치면 더 많은 오랜 친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옛 친구 하나와 엇갈리게 되면, 그 오랜 친구가 당신과의 숙원이나 악연을 계속 써내려가기 위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Knight & Yagao : 핑썅시의 쌍둥이 별

 

 결승전 대진을 두텁게 가리우고 있던 먼지가 가라앉자, Knight와 Yagao의 과거, 소위 일컫어지는 '핑썅시의 쌍둥이 별'이라는 이름으로 얽힌 과거사 일부가 하나하나 파헤쳐졌다. 당시 그들이 어린 시절 핑썅의 같은 PC방에서 협곡을 헤쳤다든지, Yagao가 미드, Knight는 정글을 했다든지, 펜타킬을 하면 PC방에서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해줬기 때문에 이 미드-정글 듀오가 집념 어린 플레이로 펜타킬을 참 많이도 냈다는 점이라든지……. 만약 진작에 그 PC방이 폐쇄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2020년 LPL 스프링 우승자 중 한 명을 내보낸 바로 그 PC방'이라는 플랜카드를 미리 걸어두었을 것이다.

 같은 포지션의 두 천재 소년이 알려지지 않은 어둠 속에서는 서로 자리를 내줄 수 있었으나, 이들이 경기장에서 라이벌로 굳어지는 일은 결국 예정된 운명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상을 향한 대결은 다른 이들의 생각보다도 늦게 시작되었다.

 

 

 2018년 Knight가 SN, Yagao가 JDG에 합류하게 된다. 이 두 LPL 신인의 등장은 세간의 주목을 이끌기는 충분했고, 둘은 나이에 맞지 않는 노련함과 화려한 컨트롤로 주목받았다. 이 둘은 '천재 신인 미드라이너'로 자주 거론되고 비교되었다.

 같은 고향의 대립, 같은 해에 데뷔해 공교롭게도 두 개의 전자 쇼핑몰(쑤닝, 징동은 모두 중국 쇼핑몰이 모기업인 팀)에 소속되어, Knight와 Yagao는 그들의 서사의 첫 페이지부터 '공식적인 라이벌'의 구도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둘의 최초의 충돌 역시도 확실히 강한 적대성을 띠고 있었다. 그해 봄, 포스트시즌의 마지막 주자가 JDG와 SN 사이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9승 10패의 SN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10승 9패의 험난한 과정으로 티켓을 거머쥔 JDG는 포스트시즌 1라운드에서 그들의 여정을 마쳤다.

 2018년, 두 소년의 봄은 이처럼 짧았다. 서머 시즌 내내 출전하지 못할 정도로 계약에 문제가 생긴 Knight에게 그의 여름은 오지 않았다. Yagao는 신인이라는 이름값 치고는 서머 시즌에 그나마 선방한 편이었고, JDG는 3위 자리를 꿰찼지만 선발전에서 EDG에게 패한 이들은 S8 월드 시리즈에 출전할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고야 말았다. 그의 여름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불꽃은 튀겼지만, 결국 불바다를 만들지는 못한 채 Knight와 Yagao의 새해가 저물었다. 그 해 연말에 개최된 NEST컵에서 Yagao와 JDG의 팀 동료들이 드디어 첫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 후 스토브리그 당시 바텀과 정글이 이탈했고, 그중 AD LokeN은 바로 Knight와 같은 팀에 합류하였다. 다시 경기장에 복귀한 Knight는 예전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2019년 LPL 서머 정규 시즌 MVP를 수상했지만, 2018년의 JDG처럼 2019년의 TES도 선발전에서의 부메랑에 쓰러지면서 전년도 Yagao만큼이나 씁쓸한 뒷맛을 보게 되었다. ──정말로, 단 한 걸음만을 남겨둔 채.

 Yagao의 2019년 커리어 곡선은 Knight와 거의 정반대였다 : 라인업 변동을 겪은 JDG는 스프링 시즌에 겨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이후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승리의 연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블랙 8등의 기적'은 LPL 전체를 3번이나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리프트 라이벌즈에서의 패배로 하루아침에 '다크호스'에서 '하등마'로 전락한 JDG는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에 단 한 발자국도 들여놓을 수 없었다. 한때 Knight를 향하던 "강한 미드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비아냥거림은 Yagao가 Knight의 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문으로 바뀌었다.

 

 

 2020년이 되어서야 '핑샹시의 쌍둥이 별'들은 둘 모두 안정적이고 강한 캐리급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Knight의 넓은 챔피언 폭의 바닥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는 한탄과 동시에, Yagao의 팀 내에서 도맡은 필수적인 역할에 주목해 그의 100% 승률의 르블랑에게 갈채를 보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미래의 LPL 간판 미드라이너와 함께 따로 밥을 먹을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 Knight와 식사 약속을 할 당시, Yagao가 상대를 놀리면서 혹시나 그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들이 맞붙게 될 첫 번째 BO5가 2020년 스프링 결승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이 '숙명의 대결'의 결판을 낼 순간이 생각보다 뒤늦게 이루어진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도 같다. 어쩌면 운명이 엇갈린 탓인지, 시간은 그들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여유를 이들에게 많이 남겨 주었다. 그 당시 작은 PC방에서는 펜타킬의 단 맛도 감출 수 없을 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고, 이제는 천리만리까지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결승 무대에는 화려한 색의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퍼질 것이다.

 

 

 결승에 진출한 후, Yagao는 웨이보를 게시했다.

 "핑샹의 사람을, 정상에서 만나다."

 

JackeyLove & Loken : 신인과 "벽"

 

 TES의 전/현직 AD로서, LokeN과 JackeyLove의 시작은 비슷했다 : 애초에 누가 처음에는 천재 소년이 아니었겠는가?

 서로 다른 지역 리그에 속했던 둘은 1부 리그에 진출하기 전 컵 대회에서 먼저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을 겪었다. JackeyLove의 NEST컵 우승처럼, LokeN이 속해 있던 2부 리그 팀인 ESC가 2015년 KeSPA 우승을 차지하며 당시 승승장구하고 있던 SKT를 격파했다. 2016년 ESC가 LCK에 승격할 당시 LokeN은 Ruler와 함께 가장 주목받았던 LCK의 특급 AD 신인이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줄거리는 여기서부터 노선을 다르게 한다. JackeyLove는 데뷔와 동시에 절정이었고, 신인이라는 이름표를 아직 달고 있던 첫 해에 세계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다. LokeN이 LPL 데뷔 첫 해 관중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었냐고 물어본다면, 그는 Doinb가 JDG의 7연패에 종지부를 찍고 펑펑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을 때, 그는 7연패를 함께 했던 바로 그 AD였다.

 2018년 Doinb가 팀을 떠나게 되면서, 비록 JDG의 새 라인업은 월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처음 결성되었을 당시보다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었다. LPL에 들어선 이후 줄곧 이 팀을 위해 뛰었던 LokeN 역시 2019년에 들어선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TES의 품에 안겼으나, 결국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는 선발전에서 작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것뿐이었다. TES는 선발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IG에게 패배해 다시 한 번 월즈 진출에 실패했다. LokeN이 평범하게 선전했던 한 해는 그로 인해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지난 한 해의 하이라이트를 거의 다 덮어버릴 정도로 충격을 주었고, 그에게는 어처구니없는 '망나니' AD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그는 JackeyLove와 거울상에 가까운 결정을 내린다 : JackeyLove는 옛 동료들을 떠나 TES에 합류했으며, LokeN은 TES를 떠나 그의 고향과도 같은 팀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탑-미드-서포터와, '작은 Clid'라는 별명을 가진 새로운 정글러가 무사히 LokeN을 JDG 버전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LokeN 사용설명서를 보유'하고 있는 JDG는 올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탑 포지션에서 교체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모두가 갈망하던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한 이들은, 마침내 처음으로 높은 곳에 앉아서 남의 도전을 기다리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준결승, JDG는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한타 패배로 3명이 전사하자 FPX의 네 명이 JDG의 본진을 짓밟았고, 유이한 생존자인 JDG의 정글-서폿은 쌍둥이 타워에 신혼집이라도 차린 듯 딱 달라붙어 있었다.

 "끝났네요." 해설자가 말했다. "이건 끝났네." 팀원이 말했다.

 부활한 아펠리오스가 우물에서 뛰쳐나올 때 그의 앞에는 공격에 그대로 노출된 넥서스만이 남았다. 맞은편에는 네 명의 적이 있었다. 남아 있는 건 오직 그 한 명과 총 다섯 발 뿐이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총을 두 발 뽑아들었다.

 "꼭 그런 건 아니지." LokeN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아펠리오스가 손을 들어올리자, 총구는 불을 뿜으며 노도처럼 총탄이 쏟아졌다. 적군 한 명의 숨통을 끊어내며 나머지 세 사람의 공세를 잠시나마 막아낸 바로 그 순간. 그는 동료가 부활할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었고, JDG는 3-0으로 경기를 끝냈다. 게임에서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도 역으로 킬을 내던 LokeN의 냉정한 모습과는 달리, 남자아이는 승리한 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걸상을 딛고 울음을 터뜨렸다.

 LokeN은 워낙 눈물이 많은 선수였기 때문에, 올 한 해 방송사들의 카메라는 그가 경기 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비추는 일이 잦았다. 같은 AD인 JackeyLove에게선 눈물과 관련된 소문은 무척이나 드물었고, 그나마 가장 유명했던 건 데뷔 당시 NEST컵에서 우승하고도 내가 잘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린 게 전부였다.

 LokeN이 LPL 데뷔 후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던 건 바로 2017년 NEST컵이었고, 이건 JackeyLove가 참가한 두 번째 NEST컵이었다. 당시의 NEST컵에겐 'IG컵'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고, 처음 이 자리까지 오른 LokeN은 JackeyLove에게 두 번째 NEST컵 우승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으며, 이내 눈물까지 흘리고야 말았다.

 

 

 LPL에 나선 LokeN이 첫 결승전에서 JackeyLove에게서 패배의 쓴 맛을 보고, S8 플레이오프에서 IG에게 탈락해 롤드컵 3번 시드를 놓고 다투게 되고, S9 선발전 마지막 관문에서 IG에게서 탈락하는 등 LokeN의 JackeyLove를 향한 '악연'은 오래 전부터 거슬러 올라오고 있다. 준결승이 끝난 후, TES는 마침내 IG에게서 팀 창단 사상 첫 승을 거두게 된 기쁨을 자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LokeN은 TES를 떠났다. IG를 꺾은 것은 JackeyLove의 몫이었다. 그 산은 여전히 LokeN이 스스로 넘어설 수 있을 때까지 그를 기다리고 있다.

 JackeyLove의 경우에 있어서는, IG에게 있어 "필승카드"라고 할 수 있는 그가 팀을 떠난 후 경기장에서 멀어진 지 반 시즌이 지나서야 새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그 놓친 시간들을 쫓아 추스를 수 있을 시간이었다. LokeN에게 있어 JackeyLove가 LPL에서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부딪혔지만 아직 깨지지 않은 "벽"이라면, JackeyLove는 스스로의 답을 미래에 맡겨야 한다 ─ 그가 벽이 되기를 선택할 것인지, 혹은 벽을 때려부술 것인지.

 

 

 TES가 처음 그를 맞이하는 Vlog에서 매니저가 "기분은 어때?"라는 인사말을 건네자, 재키러브는 집에 격리되어 있었던 것에 대한 감상도, 줄곧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견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 대신 조금은 뜻밖에도 "반년 동안 제대로 게임을 못한 것 같다"라며 불쑥 대답했다. 이 발언은 역시나 협곡의 '하늘의 선택을 받은 유일한(天选亦是唯一, 유명한 재키 합성짤에 들어간 문구)' 사수가 예정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은연 중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올 시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다.

 하지만 초반 플레이오프 자리가 흔들렸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V5, ESTAR, FPX, WE, IG를 연달아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등, JackeyLove의 매 경기마다 돋보이는 눈부신 도약은 ID를 보지 않으면 깜짝 놀랄 만한 성장 속도였다. 기실 이것은 결코 그의 진보가 아니다. 그는 단지 재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단지 돌아왔을 뿐이다.

 TES는 JackeyLove의 입단 후 단 한 번도 매치에서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고, Zoom이 귀환한 '완전체' JDG는 공포의 세트 전승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것은 "전승" 대 "무패"의 싸움이다.

 

 

 Knight에게 있어서, 그는 '국산'이라는 한정어를 빼버리고 대회에서 자신이 LPL의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Yagao에게 있어서, 그는 "내가 있는 JDG는 Doinb이 있는 JDG에게 패배하지 않는다"라며 LPL의 강력한 미드라이너를 언급할 때 더 이상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LokeN에게 있어, 돌고 돌아 마침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 이상, 그는 처음부터 그를 괴롭혀 온 '숙적'을 이겨내고 계속 앞으로 나가가야만 한다.

 JackeyLove에게 있어서, 그는 더 이상 IG의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만 한다. 이것은 그가 무거운 과거를 청산하고 난 후의 첫 번째 고비이고, 은룡의 잔은 그가 자신의 선택을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해답이다.

 369, Karsa, QiuQiu, Yuyanjia, Zoom, Kanavi, 705, LvMao……. 이들 누구나 승리해야만 할 이유가 있다.

 JDG는 명확한 스타 선수가 없었고, 주전들은 경기 대부분을 결장했다; TES는 라인업 개편 후 주전들이 대거 교체되는 진통기를 겪으며, 아직까지도 서포터 선발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발목이 잡혔지만, 이제는 그 무엇도 이들이 LPL 최고의 무대에서 만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Knight가 Tian을 격려한 그 댓글에 Tian은 그를 놀리며 말했다 : "내가 결승에 올라가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랜 친구. 최선을 다해 싸워 당신을 무릎 꿇리는 건, 당신을 향한 저의 가장 큰 찬사입니다.

 

 

 

 

 

+)

 

 

 

"오늘 밤, 나는 하늘의 선택을 받은, 유일한 단 하나이다."

재키러브 하면 나오는 유명한 짤이자 밈... 대충 의역하면 "온 우주가 내 우승을 바라고 있다" 정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