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서곡 ─ TES

 

 

인터뷰 링크

 

 

 

 

1.

 

 

"우승은──"

"IG!"

"우승은 바로──"

"IG!!"

"축하합니다──”

"IG!!! "


 2018년 12월 23일, 시안. 새로운 세계 챔피언 IG는 당시 TOP이란 이름이었던 TES를 상대로 승리하며 데마시아컵을 품에 안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던 승자의 이름을 반복해서 외치도록 유도하는 사회자의 모습이 펼쳐졌고, 경기장의 공기는 인파에 의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대 뒷편, 조명과 흩뿌려진 종이조각과 리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세트로 만든 간이 임시 통로가 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사방의 'IG, IG'라는 함성 사이 이 결투의 조연 TES는 좁은 통로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전시판은 그들을 광분한 인파들과 격리시킬 수 있었으나, 그들을 부술 듯 밀려오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장면은 지금까지도 매니저 궈하오의 가슴속 깊이 와닿고 있다.

 불과 35일 전 NEST에서도, 그들은 결승까지 가는 접전 끝에 JDG에 패해 첫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가 끝난 후 감독인 Crescent는 조금 흥분한 채로 말했다 : "처음으로 오프라인 결승에 진출했고, 어떤 사람에겐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지. 모두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저 자리에 설 수 있는 건 우리였을 거야."

 실제로 두 번째 오프라인 결승은 한 달 뒤였고 두 번째 준우승도 마찬가지였다.

 IG, 이 새로운 월즈 챔피언에겐, 1년에 두 번 열리는 이 국내 컵 대회 우승은 그저 팀 역사에 있어서 불필요한 보탬일 수도 있다.

 TES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그들이 두 번째로 놓친 우승으로, 그들이 지금까지 바라볼 수 없었던 가장 높은 곳이었다.

 이후 크고 작은 대회에서 TES가 수없이 많은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그들이 IG라는 팀에 의해 넘어지고 또 넘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 팀의 AD가 10여 개월 뒤 TES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이들은 상대와 급하게 한 번씩 악수를 하고, 무대 세트에서 갈라진 명암 사이로 서로가 엇갈려 들어가며 입 안 가득 찬 패배의 쓴 맛을 맛봤다. 대기실로 돌아온 TES 선수들은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미드인 줘딩(Knight)은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지금 IG를 이길 수 없다고 해서, 미래에 우리가 IG를 이기지 못하는 건 아니야." 궈하오는 한참 동안 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한 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다시 한 번 나한테 말해줘. 미래에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줘딩은 여전히 울먹이고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2020년 4월 26일, 높은 산을 넘어 유명해진 iG가 다른 누군가의 드높은 산이 되고, 그들 중 한 명이 떨어져 나와 다시금 산을 오르는 도전자가 된 것이다.

 

 

 

 

2.

 

 "형제, 내가 좀 당황스럽네." 유웬보(JackeyLove)를 데리러 가기 전, 궈하오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프링 시즌 정규리그에서 TES는 5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유웬보의 합류 직전 팀은 2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포스트시즌 탈락의 가능성까지 보게 되었다. 무형의 압박이 최근 한 시즌 동안 뛰지 못한 유웬보에게로 갑자기 옮겨갔다. 팀에 있어 매끈한 상승곡선이 턱없이 부족했던 만큼, 시청자들이 가진 유웬보에 대한 기대는 그의 합류가 곧바로 팀의 가파른 오름세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난 당황스럽지 않은데, 네가 왜 당황스러워?" 유웬보가 말했다.

 "너를 데리러 올 때 지금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어. 널 데리러 올 쯤이면 모든 게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웬보는 그에게 단 네 글자로 답장했다. "별 거 아니네(问题不大)."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는 스크림이 시작하기 30분 전이었다. 바삐 달려온 유웬보가 짐을 집어던지고 급하게 밥을 퍼먹으면서 크레센트와 몇 마디 주고받은 후, 바로 연습실로 달려가 게임에 로그인했다.

 이게 '상견례'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대 정글러는 거의 바텀에서 상주하고 있었고, TES JackeyLove의 첫 스크림은 0/2/0으로 시작되었다.

 "뭐 하는 거야!" 유웬보는 상대의 '배려'에 큰 소리로 불평했다.

 "아니 넌 왜 또 여기 오냐고!"

 "내가 니 애비냐? 너 정신에 문제 있냐 날 잡으러 오게! 자, 형제들! 저 새끼 패게 망치 좀 줘봐!"

 당시는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을 때였는데, 다들 유웬보가 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합류로 팀 전체가 즉각적인 변화를 겪게 될지는 미지수인 상태였다. 거기다 새로운 팀원이 이제 막 들어와 자리에 앉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습실 안에는 의례적인 침묵이 가득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유웬보는 그 칼끝 같은 분위기 속 털썩 주저앉더니 바로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분위기는 바로 급변했다.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던 훈련실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딱딱하던 공기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미드에서 상대 정글러가 Knight와 Karsa에게 붙잡혔다. 유웬보는 바텀에서 올라와 그의 시야가 미드에 살짝 걸쳐 보이도록 한 후 소리쳤다 : "형제들, 날 위해 저 새끼를 조져! 내 복수를 해줘!"

 유웬보의 의자 뒤에 서 있던 궈하오는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방금 막 도착해 치르는 첫 스크림 경기에서, 이 사람은 무리하리만큼 개인방송에서와 같은 기세를 얻어냈다.

 "이어 오후부터 저녁까지, 훈련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거기다 선수들은 게임 안팎에서 더더욱 의사소통을 하기를 원했죠."

 다른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궈하오도 자주 그를 '물형水子哥'이라고 불렀고, 그의 말에 따르면 JackeyLove라는 사람은 이름 그대로 '물처럼, 매우 빨리 녹는' 사람이었다.

 V5를 상대하게 된 첫 경기 날, 경기가 시작하기 전 유웬보는 "형제들, 부담 가지지 마. 한 세트 져서 욕 먹기 시작하면 난 끝장이니까."라고 말했다.

 비록 그는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두 세트 동안 총 11번의 데스를 기록했지만, TES는 여전히 살아있었고, 2-0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이 경기 뿐 아니라, 정규 시즌이 끝난 후에도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그들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툭툭 던지는 듯한 '별 거 아니네(问题不大)'라는 말은 능청스러웠고, 그간의 혼란은 쉽게 풀리는 듯했다.

 유웬보는 바로 그 벼려진 칼이었다.

 

 

 

 

3.

 

 성격상 유웬보는 결코 'TES 선수'는 아니었다. 그의 성숙하고 제멋대로인 점에 비해 TES의 다른 선수들은 관객들의 인상 속에 '착한 아이'에 더 기울어져 있었고, 반면 TES라는 팀은 더욱 절대적이고 엄격한 '악마' 이미지로 사람들의 가슴 깊게 뿌리박혀 있다. 더군다나 궈하오는 "IG를 상대하기 전 선수들에게 이전에 IG에게 패배했던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실 IG에게 졌던 경기를 보여준 적은 없어요." 그 이야기를 꺼내자 궈하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시 TES는 IG와의 경기를 앞두고 스크림 내내 패배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선수들은 패배 후 이미 자신감을 잃었고, 스크림이 끝난 뒤 경기를 복기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게 무슨 복기야.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어떻게 이걸 다시 보라는 거야?"

 "선수들의 각자의 부정적인 감정이 팀 전체에 퍼져 있었죠. '이렇게까지 쳐맞았는데, 어떻게 내일 다른 사람들과 싸울 수 있을까? 어차피 이길 수 없으니 차라리 그냥 혼자 위안이라도 해야겠어.' 이런 상태였어요."

 궈하오는 선수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기고 싶단 생각이 있는 거야?" 누군가 대답했다, "이걸 어떻게 이겨요? 이길 수 없잖아요."

 "데마시아 컵 때 뭐라고 그랬어? 네가 졌을 때 어떻게 말했었어? 너네 때문에 난 눈물 콧물이 다 날 정도로 감동받았었는데, 지금은 나한테 이렇게 말한다고?" 궈하오는 화가 났다. "너무 화가 많이 나서 심장이 아파. 나는 그때의 느낌을 아직까지도 가슴에 새기고 있는데, 왜 너희는 그걸 까먹은 건데?"

 그래서 궈하오도 뭔가 '과격한 짓'을 통해 그들을 '욕해서 깨우자'라고 결심했다. 그는 데마시아 컵 동영상을 클릭하곤 경기가 끝난 후 퇴장하는 그들의 모습을 선수들에게 보여 주었다. "경기가 끝난 뒤 관객들이 'IG'를 연호하고, 우리가 백스테이지로 퇴장하는 모습을 틀어줬었어요."

 "이때 어떻게 생각했는지 기억 안 나?" 그는 팀원들에게 물었다.

 이어서 그는 핸드폰으로 당시 대기실로 돌아온 사람들의 표정이 찍힌 사진을 꺼내 보였다 : 후회, 분노, 실망……. 앳된 낯들은 아직 그들의 감정을 숨기는 법을 잘 알지 못했고, 패배로 인해 몰려온 파란이 강렬하리만큼 얇은 얼굴 가죽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 히죽거리고 있던 팀원들의 눈 앞에 이 사진을 가져다 대고 화를 냈다. "이게 너야? 아는 사이야?"

 "사실 이런 짓을 이전에도 몇 번 해본 적이 있는데, 효과가 좋지 않았던 적도 있고, 효과가 좋았던 날도 있었어요. 작년에 저희가 RNG를 이기면 월드 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지고 나서 사기가 많이 떨어졌었죠. 선발전에서 BLG를 상대하기기 전에도 비슷한 분위기였는데 그때 한 번 욕을 퍼붓고 이길 수 있었어요." 궈하오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안 됐네요."

 그도 자신의 반성을 언급했다. 너무 압박을 주면 선수들이 실수하는 걸 무서워하게 돼서 지나치게 안전한 컨트롤만 하려 할 수도 있다. 경기에서 패배하자마자 즉석에서 오랫동안 회의를 하던 이들은, 2019년 MSI 당시 모든 팀들이 경기장에서 자리를 비웠을 당시, 오직 TES만이 남아 회의에 참가했다. 그 이후 팀원들은 회의라는 말만 들어도 겁을 냈다.

 "팀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해서 그런 건지 자기가 입을 열면 분위기를 깰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걸 말을 해야 하는데, 안 그러면 이 이상한 조화 속에서 팀의 문제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요."

 이 같은 상황은 TES 팀원들의 온화한 성격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궈하오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본인들의 성격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 팀원들끼리 서로 '손님 대하듯 존중'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 팀 선수에게 '내가 널 짓뭉개버리겠다'는 혈기를 내보이는 적도 드물었다.

 "Knight는 '상대가 누구든 나 자신이 잘 싸우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가끔 상대가 그와 생각이 일치하거나, 그가 상대보다 더 잘한다면 이길 수 있죠. 하지만 그 자신보다 약하지 않은 선수를 만나게 되면, '오늘 Knight를 땅바닥에 쓰러트려 밟아버리겠다'라는 생각을 가진 선수를 만나게 되면 그는 기세가 꺾일 수 있어요."

 링 위에서 싸우는 것과 실제 전장에 나서는 것의 차이점처럼, 두 마음가짐은 완전히 다르다는 게 궈하오의 주장이다. 팀을 이끌기 위한 그의 좌우명은 케넨의 대사처럼 "모든 것에 균형은 존재한다"이다. 너무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도 안 좋고, 너무 꽉 압박을 주는 것도 좋지 않다. 이상적인 팀은 유형별로 각기 다른 유형과 성격들을 지닌선수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다섯 명 목숨을 내놓으려 해도 안 되고, 모두 지력에 집중되어서도 안 되고, 모두 무력에 집중되어서도 안 돼요. 조합을 잘해야만 좋은 케미를 낼 수 있는 거죠."

 유웬보는 궈하오가 그토록 갈망하던 그 한 가닥의 '호탕함'을 지닌 선수였고, 그의 합류로 궈하오는 드디어 팀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다.

 "드디어 '싸움닭'이 온 거죠." 궈하오는 웃으며 말했다.

 

 

 

 

4.

 "당신이 오면서 TES의 컨디션이 굉장히 많이 좋아졌어요. 이에 대한 주요 원인이 본인 개인의 실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전술적 측면이나 심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제 개인 실력과는 별개죠. 아마 일종의 심리적인 밸런스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팀원들이 사실 꽤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서. 제가 오기 전까지는 그들이 강한 거 같긴 했지만 결국 이기지는 못했잖아요. 이제 제가 온 게 이들한테 심리적인 힌트를 줘서 안심이 된 것 같네요." 유웬보가 대답했다.

 "스물 며칠 동안 저희 모두의 스타일이 확 바뀌었어요. 재키가 오기 전까지는 저희는 미드-정글의 라인전에 더 집중하고 있었죠. 바텀은 희생하는 포지션이었어요. 재키가 온 후에는, 우리가 훈련 중 억지로 남을 돕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자연스레 케미가 좋아졌어요." 궈하오가 말했다. FPX를 상대할 당시, 상대는 간판 전략인 '4包2(4명이 상대 바텀 2명 둘러싸서 포위하는 전술)' 전술을 썼고 3렙 밖에 되지 않던 Knight가 주저 없이 라인을 포기하고 텔을 썼던 것을 그는 회상했다. "이건 환상적인 일이에요," 궈하오가 말했다. "Knight 본인이 '나는 반드시 재키를 지켜야만 한다. 나는 내 자신의 성장을 희생해서라도 그를 지킬 것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 순간 바로 판단을 내리고, 그냥 갔어요."

 "예전에는 라인전을 할 때, 라인전을 지면 이미 게임을 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함께 라인전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누군가 라인전에서 죽어도 여전히 다른 사람이 있죠. 그가 죽었을 때, 여전히 제가 있어요." 줘딩(Knight)은 유웬보가 맡은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바이자하오(369)는 대놓고 과장되리만큼 소리쳤다. "세계 챔피언이 왔어!" "기! 세! 그가 가져온 기세! 챔피언의 아이디!!"

 챔피언의 ID는 접두사를 바꾼 뒤 과거 동료였던 또 다른 챔피언의 ID를 만나게 된다.

 준결승전이 옛 동료와 마주한 외나무다리라는 점에서 유웬보는 엄청나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의 멘탈을 '염탐'하러 간 궈하오는 전혀 개의치 않다는 대답을 받았다. "내 걱정은 하지 마. 너한테 농담하는 게 아니야, 난 정말 괜찮아."

"재키의 제일 독한 점은 본인이 인터넷을 끊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이죠. 그가 매일 본인에 대한 소식을 몰아보는 걸 아나요?" 궈하오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제가 봐도 무섭다니까요. 재키는 매일 그 자리에서 자기 얘기를 서치하는데, 다 끝나고 나면 마치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농담을 하고 장난을 쳐요. 그는 진짜 대범한 사람이죠."

 폭풍의 중심에 선 유웬보는 폭풍의 눈처럼 잔잔했다.

 "iG JackeyLove로서, 더 이상 아쉬움은 없으시죠?"

 "손에 넣을 건 다 챙겼고, 다른 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들과 무척 친하니까요. 앞으로도 그들이 점점 더 나아지길 바라요."

 "IG는 제게 완벽한 결승선, TES는 완벽한 출발점이죠."

 2020년 4월 26일, TES VS IG 1차전, 결승점과 시작점이 만나는 지점에서 유웬보는 미스포춘을 픽해, IG 스킨의 소유자로서 다른 IG 스킨의 소유자를 향해 첫 번째 총알을 발사하며 이 무대에서 확실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5.

 

 IG와의 경기 전, 바이자하오(369)는 궈하오에게 "반드시 이기자"라고 속삭였다. 결승전에 있어서도, 그는 변함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스타일의 억제로 인하여 IG는 TES에게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여겨졌고, 참담한 역사적 기록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이번에 팀 사상 처음으로 IG를 꺾은 뒤, 그들은 어떤 상대도 두렵지 않았다.

 "결승전 경기 시작 전까지 무엇을 예상했나요?"

 "오늘 반드시 이길 거라는 거." 바이자하오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냥 뜬금없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첫 세트를 내주고 흔들렸나요?"

 "아니, 여전히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했어요."

 "2세트를 내주고 매치 포인트에 몰렸을 때는, 그대로 퇴근할 것 같단 기분이 들지는 않았나요?"

 "맞아요, 그렇지만 4세트를 패배하더라도, 5세트는 그래도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죠."

 "5세트가 끝난 후에는?"

 "...그냥 끝났구나." 바이자하오는 웃으며 말했다.

 그와 단지 몇 마디뿐을 나눠보았을 때, 당신은 실패를 승리와도 같은 순리로 생각하고 태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네 스스로가 기뻐할 수 있도록, 일이 끝난 후에는 네 기분을 상하게 했던 일을 생각하지 마라. 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우승하는 게 제일이었죠.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도, 그거에 대해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딱히 힘들지는 않았죠,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떡하겠어."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아쉽지 않다"라고 말했으며, 스태프에게 "아쉬운가요?"라며 반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여간 활달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럼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상태였나요?"

 "그래요……." 바이자하오는 책상에 엎드려선 수줍게 웃었다. "사실, 저는 결국 울었어요."

 "휴게실에 들어섰을 때, 처음에 369는 농담도 좀 하고 그랬어요. 그리곤 그는 벽 모퉁이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등지고 앉았어요. 잠시 후, 그는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기 시작했죠." 궈하오는 회상했다.

 경기 후 나오는 사진과 동영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서 바이자하오는 경기에서 패배한 뒤 불안한 모습으로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아이의 이미지와 더 닮았다. 그러나 궈하오의 생각은 달랐다. " 369라고 해서 툭하면 멘탈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경험상의 문제였죠. 그는 정말 밝고 명랑한 햇살 같은 소년이에요. 좌절했을 때는 슬퍼하고, 기쁜 일이 생기면 하하하 웃는. 그건 당연한 거죠. 그는 이 나이에 있을 법한 흔한 성격이에요."

 경기가 끝난 후, 버스에서 사진 작가 이춘(Yicun)이 바이자하오에게 말했다. : "봄이 끝났으니, 오늘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찍어줄게. 여름에 다시 싸우러 돌아오렴."

 바이자하오는 코끝을 붉히며 카메라를 향해 '9'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패배는 그에게 눈물을 주겠지만, 웃음을 빼앗아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날 그는 눈물을 닦는 법을 배워 다음 시즌에 웃음을 선물할 것이다.

 

 

 

 

6.

 유웬보는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앞두고 바이자하오보다 더욱 침착했다. "제 성격이 이래서 그런 건지 저는 보통 먼저 나쁜 생각부터 했어요. 패배하더라도 큰 동요가 없도록 자신에게 일종의 심리적 암시를 주는 거죠. 결승전에서는 이기는 상황도, 지는 상황도 생각해 봤기 때문에 마지막에 딱히 큰 반응이 없었네요."

 궈하오는 다소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저는 우승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바로 우승을 가져오기를 바라지는 않았죠."

 그는 IG를 이기면서 TES 선수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내면의 에너지와 외부에서 받아온 압박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승을 하게 되면 TES의 서머 시즌에 대한 기대는 무시무시한 높이까지 올라가며 선수들도 그들 자신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인식─이른바 자만을 가지게 될 거라고 보았다. "우리는 고작 20여일 밖에 호흡을 맞추지 않았는데, 훈련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LPL을 모두 제패했어! 우리는 무적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죠." 궈하오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많은 강팀들의 저력이 결정적인 순간에 과장될 정도로 폭발할 것으로 보였다. "상대팀의 저력이 언제 터질지 몰라요. 우리 선수들은 여전히 무척 젊죠. 이 팀은 아직 뚜렷한 결점이 많이 남아 있어요. 아직도 쌓아야 하는 게 많아요. 만약 우리가 지금 이미 노력하여 성공하였다면, 그렇게 끊임없이 우승을 해서, 부단히 팀원들의 자신감을 증강시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겠죠. 그렇지만 저는 아직 우리 팀에 문제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무적의 상태는 아니라고 봤어요."

 "저는 특별히 기적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우리가 우승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은 하고, 그게 싫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저는 또 한 가닥의 다행스러운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생각하기엔 이게 좀 이상한가요?" 궈하오는 웃으며 말했다.

 궈하오는 올해 봄을 '변화'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사실 저희 팀이 어떻게 보면 비교적 편안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거 같아요. 예전에는 이게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었지만, 이 옳다는 게 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죠. 상한선을 돌파하기 어렵다면, 저희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해요. 설령 당신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더라도 어쨌든 변해야 해요."

 "우리의 생각이 바뀌고, 팀에 대한 인지도가 달라지고, 라인업이 달라지고, 코치는 스타일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고, 게임 안에서도 달라지고, 우리 전부가 달라지고, JackeyLove가 IG에서 TES로, Karsa가 RNG에서 TES로, Knight와 369 그들 역시도 많이 달라졌죠. 팀 전체가 변하고 저도 변했어요. 진정 올바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모두의 마음가짐도, 처지도, 생각까지도 전부 바뀌고 있는 거예요."

 이상적인 여름에 대한 키워드에 대해, 궈하오는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설명(交代, 설명하다, 해명하다)"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저희는 KPI(핵심 성과 지표)의 제약이 없고, 저는 규제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며, 투자자도 제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만약 제가 우승한다면, 저는 최선을 다한 거겠죠. 만약 서머에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저는 최선을 다한 거예요. 정말로 못 들어간다면 그건 제 능력이겠죠." 궈하오는 농담을 섞어 가며 말했다.

 "그래도 자신이 한 결정에 대해 전부 털어놓아야 해요. 회사에, 제 팀에게, 재키에게, Knight에게, 모든 팀원들에게."

 "스트레스는 분명히 받겠지만 어쩔 수 없죠. 이건 제 자신의 선택이니까요. 사실 저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궈하오가 말했다.

 "……그래도 저는 싸우고 싶어요."

 

 

 

 

7.

 "저희의 올해 목표는 스프링 우승이 아니예요. 당연하게도 우승은 우승의 의미가 있지만, 준우승하는 게 주는 도움은 우리가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는 걸 스스로 잘 알면서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을 시사하는 거죠. 선수가 이런 대회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는 건 우리가 그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더욱 유용하고, 한 해를 목표로 잡고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에 대해서, 모두 의미가 있는 거예요." 궈하오가 말했다.

 TES의 스프링 다큐멘터리 첫 편의 머릿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 "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TES의 봄도 마침표를 찍었다.

 준우승의 답안지가 만족스러웠는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TES에 있는 모두의 눈은 서머 시즌과 그 다음을 바라보고 있다.

 "TES는 올해 처음 결승에 올랐고, 아직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없기 때문에 TES에서 월드 챔피언십을 한 번 치러보고 싶어요.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어요……. 저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어요. 플레이오프 1라운드든 최종 라운드든,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요." 유웬보는 자신의 목표를 이렇게 묘사했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다가오는 여름을 향해 미소지었다. "좋은 일이 생길 거 같네요."

 그러나 높은 산과, 들밭, 우거지는 신록과 함께 무더위의 파도가 반짝이기 전까지 그들은 약간 사치스럽게 본인들을 진정시키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들은 회의 시간을 가지는 대신 고깃집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이야기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한 19세 나이의 원숙한 남자, 유웬보는 궈하오의 심리 상담 업무를 자진해서 분담했다. 유웬보는 식당에 가는 길 내내 줄곧 줘딩을 놀렸다. : "넌 우리의 No.1 포지션이잖아!" "우리 캐리라인 왜 그래? 우리 형님 왜 그러는 거야?" 그리곤 또 다른 선수에게 고개를 돌리곤 말했다 : "비록 오늘 경기에서 진 게 좀 맘아플 수도 있지만, 너희들 내일부터 휴가가 시작된다고 생각해봐!”

 "평소에 농구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NBA를 볼 때 경기에서 누군가 쓰러지면 꼭 동료가 끌어당겨 주더라고요. 저는 제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웬보는 설명했다.

 그는 팀원들에게 자신의 데뷔 첫 해 있던 '18연승의 최하 순위(원문 : 18연승의 총패군, 정규 시즌 18연승 하고 플옵 다전제를 전부 패배한지라 그 성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하 순위를 기록하면서 붙은 IG의 별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2세트와 5세트를 본인의 실수로 내주고 패한 서머 시즌의 결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했지."

 "승부처에서 BO5를 단 한 번이라도 이기게 되면, 너라는 사람 전체가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게 돼. 우리가 18년도 월드 챔피언십에서 KT와 풀세트까지 가서 이긴 것처럼. 이후 나는 우리가 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기분이야."

 "그러면 우리는 아직 이길 수 없는 거네." 다른 팀원들이 투덜거렸다. 

 "이길 거야." 유웬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