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서다 ─ 2020 TES

 

 

 

칼럼 링크

 

 

 10월 15일의 상하이는 하루 종일 흐렸다.

 DRX가 DWG에게 완패한 후, JackeyLove는 Deft에 관한 웨이보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가 속한 DRX는 DWG에게 3:0으로 탈락하며 Deft는 또 다시 8강에서 벗어나는 데에 실패했다. 옛 라이벌의 처지에 대해 유웬보는 담담하게 존중을 표시했다.

 언제부터인가 '평온(平静)'이라는 두 글자는 유웬보의 대명사가 되었다.

 2018년 스프링 시즌 당시에는 유웬보도 다음 날 있을 경기 때문에 잠에 쉬이 들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음을 가라앉혀 '평온'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TES에서 Karsa를 제외한 나머지 그 누구도 아직 스포트라이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도 따라서 평온을 잃고 동요한다면, 이 팀에선 더욱 많은 혼란이 일게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올 한 해 동안 TES는 온갖 종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TES는 올해 많은 수확을 거뒀다.

 

 

 1.

 "궈하오가 망쳤다."

 

 얼마 전 감독 Crecent가 팀을 떠나자 매니저 궈하오는 그와 Crecent가 여전히 좋은 형제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1부 리그에서 함께 출발한 이 형제 팀에는, 이제 핵심 멤버 중 궈하오만이 남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별의 상처를 좋아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정자 밖 옛 도변에서의 가슴 아픈 이별들에 관한 영화들은 크게 흥행을 이뤘다. 

 예상치도 못하게, 그의 가족들에 대한 비난들이 그를 또 도마에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궈하오는 글을 삭제했다.

 친한 친구가 내게 메세지를 보내 말했다 : "궈하오가 망쳤어. 이번에 또야,  망했어!!!!"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나는 그 선생님의 얼굴을 다 볼 수 있었다.

 나는 말했다. "어떻게 망쳤길래? 만약 투자자가 궈하오라는 매니저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냥 그를 해고하면 되는 일이야. 다만 그 자신이 아직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하지 않아 스스로를 프로답게 만들지 못했을 뿐이지."

 관중은 TES가 e스포츠의 명문을 지향하고 있는 거지, 궈하오가 e스포츠의 명문이 되려는 건 아니라는 걸 자주 잊어버리고는 한다.

 전문적인 e스포츠 매니저로서 그는 팀이 맡기는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감성과 이성이 맞부딪쳤을 때 궈하오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2.

"싸울 수 있어, 싸울 수 있어!"


 이른 4월, JackeyLove는 TES에 합류했다.

 유웬보가 돈에 환장했다는 루머들이 흘러넘쳤고, 여론은 유웬보에게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어했다.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이 진실을 밝혀내더라도 유웬보가 무슨 이유로 팀을 떠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유웬보는 배신자다.

 그러던 중 우치하 수스케1)라는 별명이 강호에 널리 퍼졌다. 여론의 악의에 직면한 유웬보는 선뜻 그것을 받아들였다. 외부로부터의 험담들은 제쳐두고 TES의 전력은 눈에 띄게 급상승했다.

 지휘관 아수(阿水)라는 별명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프로게이머 유웬보 역시도 순식간에 LPL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세상은 다원적인 법이었고, 유웬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아수를 싫어할 수 있었다.

 번영과 쇠퇴 사이, 심상치 않은 기류가 세차게 용솟음을 치며, 4월 26일 친정집과의 플레이오프 대결이 임박했다.

 e스포츠 경기장은 무척이나 현실적인 공간이다. 당신이 4번의 월즈 챔피언십을 우승하기만 한다면, 당신은 Faker를 뛰어넘어 바로 그 첫 번째 최고가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계속 패배한다면, 당신은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다.

 관중이 없는 경기장에서 TES는 싸워 이겼다.

 어떤 사람들은 유웬보가 인기 있는 건 잘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만일 4월 26일 TES가 패배했다면, 디올의 파트너 유웬보도, 불가리 시계의 대표 모델인 유웬보도 없었을 것이다. 유웬보? 그는 그냥 끝이다.

 그게 바로 e스포츠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유웬보는 여전히 서 있었다. 이후 경기 중 그의 마이크에서 내가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던 세 글자는 '싸울 수 있어(可以打)'였다.

 '싸울 수 있다'라는 세 글자는 마치 양날의 검과도 같아 TES가 수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어진 쑤닝과의 대결에서, JackeyLove의 '싸울 수 있다'는 결정이 팀을 패배로 이끌었다.

 유웬보는 운이 없었을 뿐이다.

 

 1) 그때 IG vs TES로 나루토 별명 붙이는 게 유행이었음. 닝이 나루토, 바오란이 사쿠라, 재키러브가 사스케로 탈주닌자 포지션

 

 

 

3.

"4강이면 괜찮지."


 줘딩이 MSC에서 의기양양하게 주먹을 날린 모습은 밸런스 디자이너의 눈에 띄었고, TES를 겨냥하다시피 한 일련의 너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시즌 내내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비틀거릴지언정 TES는 결국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 챔피언십 무대 위,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유령처럼 TES를 고문했다. 더 많은 시스템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TES는, 그들 스스로의 잇달은 실수 속에서 그들은 쑤닝의 사자후 밑에서 쓰러졌다.

 그 전까지 Knight는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공인되었다.

 사람들은 본인들이 믿고 있던 인식이 무너지면, 그들 중 일부는 돌아서선 그 당사자를 꾸짖고는 한다.

 "넌 왜 내 예측이 틀리게 한 거야??"

 줘딩은 자기관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때때로 그가 말하는 중국어를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었고, 당시 그는 4강이면 괜찮은 거라며 웅얼거렸다.

 이번에는 모두가 이걸 똑똑히 들을 수 있었고, 텍스트로도 적혔다.

 TES가 지면서 사람들은 TES라는 팀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난하고 있다. Knight에 대한 비난은 그가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그의 평범했던 활약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찾아가선 왜 트페 연습을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는 점이다.

 Knight가 그의 챔피언 폭의 가장 가장자리에 걸쳐섰을 때, 그의 활약은 관중들의 눈에 비정상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패치 버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선수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며, 패치 버전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패배주의에 대처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패배주의는 너무나 많은 프로 선수들을 꺾고야 말았고, 현재 코치로 일하고 있는 밍카이(Clearlove)도 그 중 하나다. 돌이켜보면, 이번 시즌의 Knight는 그럭저럭 잘 보완한 편이다.

 스프링 당시 경기 비디오와 생방송을 다시 보러 갔었는데, 스프링 시즌의 그가 이런 일을 당했더라면 그는 기본적인 컨트롤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Knight의 멘탈이 무너졌다면, TES는 8강에서 무너졌을 것이다.

 그래, LCK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의무이다. 2) 호기로운 발언은 상하이의 상공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스스로의 이기려는 욕망을 더하는 대신, 챔피언 폭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2021년의 Knight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2) 월즈 결승전 티저에서 쇼메이커가 한 말. 원문은 "LCK 위상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지만, 중국어 자막이 붙으면서 "LCK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거부할 수 없는 의무이다"로 의역됨. 이거랑 비교돼서 나이트가 위에서 한 발언이 까이는 중

 

 

 

 

 4.

 실패자 Karsa

 TES에서 스포트라이트에 완벽하게 적응한 선수는 단 둘뿐이다. 하나는 유웬보고, 다른 하나는 Karsa이다.


 정글은 쉽게 극단화될 수 있는 포지션이다.

 너무 이성적이면 공격성이 부족하고, 너무 공격적이면 이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것이 정글러에 대한 가장 큰 두 가지 분류, 초식형 정글과 육식형 정글을 만들어낸다.

 Karsa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훌륭하게 잡은 선수이다. 이번 LPL 올해의 정글러로 Karsa는 유력한 후보이다.

 Karsa는 그의 개인방송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올 한 해 어떤 성적을 내든, 월즈를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 한 해는 무조건 실패한 거야."

 무대에서 수없이 쏟아낸 눈물들은, 수많은 실패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일로 다른 선수들에게 패배주의가 찾아온다고 해도, 그건 Karsa 같은 똑똑한 선수에겐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이 무엇을 마주쳤든지 간에, 그는 올 한 해 동안 줄곧 그의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그의 안정성과 이성이 TES의 하한선을 더욱 높게 만든다.

 만약 그가 2021년이 되어도 2020년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TES는 여전히 월즈 챔피언의 유력한 도전자임이 분명하다. 그 전까지, 그는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2021년의 그에게 행운을 빕니다.

 

 

 5.

 "저희 전술에는 무조건 말파이트가 들어가야 해요."

 

 TES라는 팀에서 가장 행복한 선수는 분명 369일 것이다.

 그가 무명이었을 당시, 궈하오는 그에게 각종 이상한 이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조착론(晁错论)>3) 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369는 그걸 전부 들어주었다. 그 역시 TES를 보며 성장했고, 이 안전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369는 예외적으로 성실한 선수였다.

 장모는 369와 인터뷰를 할 당시 팀의 전술에 말파이트가 포함되어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369가 점점 더 많은 말을 하더니, 갈수록 점점 더 터무니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국 장모는 더 이상의 전술 유출을 막기 위해 수다쟁이 369의 이야기를 시기 적절하게 막아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369를 볼 때마다 FPX의 린웨이샹을 떠올리게 된다.

 린웨이샹은 여전히 머릿속에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골탕을 먹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Doinb가 있다면 옆에서 그를 혼내줄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 369는 그럴 생각조차도 없었다는 게 문제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췄을 때, 모두가 알고 있다. 369는 기쁨도 괴로움도, 자신의 모든 생각을 얼굴에 담아내는 선수라는 걸.

 어른이 된 후,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그를 욕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났지만, 369는 여전히 TES 전체에서 가장 적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올 한 해 동안 369의 공격력은 허점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수비력 역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다만 보완할 점은 자존심 때문에 고집을 피우는 시간을 조금 더 짧게 만드는 것과, 오른이라는 챔피언을 조금 더 연습해야 한다는 점이다.

 

 

 

3) 궈하오가 369한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언급했던 고서. 링크 참조

 

 

 

 6.

 나이는 선수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나는 이 부분을 쓰면서 가장 슬퍼졌다.

  Yuyanjia가 17세에 LPL에 첫 발을 내딛었다면 그가 지금 23세라는 사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스물세 살에 LPL에 첫 발을 내딛었고, 여기엔 몇몇 문제가 있다. 다른 업종에 있어서 이 정도의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e스포츠 업계에 있어서, 나이는 문제가 된다.

 Yuyanjia는 무척이나 프로다운 선수이다. 여기서의 '프로'란 프로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만일 그가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갈채와 잘했다는 칭찬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유덕화가 한 언젠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사람들이 당신이 젊다고 칭찬한다면, 당신은 이미 늙은 것이다."

 선수가 패치 버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되면 그 다음 길은 더욱 힘들어진다. 필경 팀이나 선수로서는 그 해 자체의 행보를 알 수 없게 되는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Yuyanjia 자신도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팀의 모든 결정에 복종할 수 있다.

 이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회사마다 있는 고참 직원들을 떠올린다. 회사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언제나 나이 든 직원들이 근면성실하고 끊임없이 버텨나갈 수 있도록 하는 비교적 손쉬운 직책이 있을 것이다. 

 e스포츠 팀들에게 있어, 그들이 경기장에 나선 순간부터 이 싸움은 반드시 생사를 갈라야만 한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선 이상, 그는 새해에 패치 버전에 대한 감각을 더욱 잘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는 무척이나 프로다운 선수이고, 그의 결점 역시도 조명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끝맺음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으로 받아낼 때에서야, 진정한 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빛은 팀 전체에 대한 좋은 점들도, 좋지 않은 점들도 전부 드러나게 한다.

 물론 TES의 운영이 2선부터 1선까지의 갑작스러운 변천을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수군거린 적도 있다. 하지만 그들 선수들만 보았을 때,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그들은 잠시나마 적응하지 못한 순간도 있지만, 그보다 더욱 많은 것을 거두었고, 또한 더욱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 해, 그들은 비교적 성공했다.

 다가오는 해, 그들이 진정한 e스포츠의 명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성적을 달성하기를 바란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시선들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의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