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월드 챔피언십 선수 이야기 ─ iG.Jackey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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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천재 소년의 이야기는 동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여러 해가 지난 후, 유웬보가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의 최고로 영예로운 트로피를 들고 언론 인터뷰실로 달려나가던 순간, LPL 네티즌들은 그가 스트리머였을 당시의 방송 채팅창 스크린샷을 들고 왔다. "이 스트리머는 엄청 잘하는데, 프로로 이름 날리기는 커녕 여기 틀어박혀서 방송이나 하고 있는 거야?"

 이러한 장면은 영화 각본의 엔딩 중 한 장면을 빼다박은 모양새였지만, 소년 재키러브에게는 동면 2년과 프로 생활 1년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2.

 재키러브는 프로 경력에 있어 연령 제한으로 인해 팀에서 2년을 동면할 수밖에 없었다. 2016시즌에 NEST컵 우승으로 데뷔해, LPL의 첫 시즌에서 정규시즌 18연승을 달리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으나, 그 자리에 있던 월드 클래스급 선배가 그를 스프링 결승의 문턱 바로 앞에서 가로막았다. 두 번째 시즌, LPL의 서머 정상에서 같은 상대와 2:3으로 겨루었으나 여전히 그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서머 시즌이 완전히 끝난 밤, 필자는 IG 선수들과 함께 야식을 즐겼다. 소년들이 의기소침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진정한 세계 정상의 싸움을 여전히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날 밤 가게 안에서 우연히 wAwA와 그의 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wAwA는 선배로서의 위트와 격려로 선수들의 한을 풀어주었고, 미래의 소년들에게 있어 LPL 전체의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날 밤 난징의 구멍가게에서 흔들리는 불빛과 모락모락한 꼬치구이 냄새 사이로 일행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며 잔을 들었고, 필자는 맥주 한 모금에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 너 술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던가? 재키러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 잔만요."

 다시 소년들과 합류했을 때, 이들은 부산에서 LCK의 강력한 라이벌 KT를 꺾은 직후였지만, 다른 두 LPL 팀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후 평론가들이 'S8의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꼽는 재키러브의 출격이 관건인 가운데, G2와 FNC를 상대로 한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3:0으로 그들을 격파하며, IG의 소년 AD는 '실책 제로'에 가까운 안정된 플레이로 LPL에게 8년 만의 첫 소환사의 컵을 안겨주게 된다.

 "2년 간의 기다림, 봄과 여름의 연마, 소년이 품은 포부; 앞선 이들이 이루지 못한 약속, 후세가 뜻을 이어받을 때, 승리는 데뷔의 정점."──2018년 리그 오브 레전드 연말 시상식에서 재키러브는 최고 영예의 트로피를 차지하는 데에 있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공헌으로 올해의 신인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봄, 그와 동료들은 LPL의 우승컵을 탈환하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MSI 플레이오프에서는 조별리그 연전연승, SKT를 상대로는 국제대회 최단기간 경기 승리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뜨거운 피가 흐르는 스토리는 MSI의 준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뚝 끊겼다. 조 1위로서의 권리로 뽑은 라이벌 TL에게 패한 IG는, LPL 관중의 냉담과 실망 속에 귀국했다. 이후 기복이 심해지면서 이들은 서머 정규 시즌 막판에야 플레이오프 자리를 확정했지만, 금방 무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틀 만에 BO10을 치룬 후, 비틀거리던 IG는 지난 해의 출발점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월드 챔피언십의 문 앞에 섰다.

 이 뒷이야기는 과연 어떨까? 

 

 

 

 

 

3.

 iG에게 있어 2015년 월즈 조별리그 탈락이 그들의 팀 역사상 두 번째 세계 대회였기는 하지만 결코 빛나는 기록은 아니다. 2016년 6월 LPL 스프링 시즌도 별 볼일 없는 '플레이오프 라운드 투어'였다. 서머 시즌이 다시금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성적은 좋지 않았다. 당시 iG 코치였던 크리스는 뭔가를 하기로 결심했고, 2015년에 그의 러브콜을 거절했던 어떤 스트리머를 떠올렸다.

 재키러브가 크리스의 첫 러브콜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스트리머가 되었을 때였다. 그는 신선한 생방송 플랫폼과 프로팀에서 후보로 대기하는 것 중 전자를 선택했다. 

 그로부터 1년 뒤, 15세의 재키러브는 이미 방송 플랫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스트리머들이 낮은 순위를 기록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는 매일 생방송으로 천 점 이상의 천상계 게임을 돌리고 있었다 : 그는 다섯 개의 챌린저 아이디가 있었고, 그것들 중 네 개가 10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 '프로도 안 하고 여기 틀어박혀서 하꼬 스트리머나 하냐'라는 채팅이 올라온 것도 바로 그때였다. 한창 LPL이 LCK에 밀리던 시대에 e스포츠를 사랑하는 시청자가 그가 철이 없는 것을 원망하거나 우스갯소리로 말한 채팅이었겠지만──이런 말들 때문이었는지, 유웬보는 프로라는 더 높은 도전에 눈을 돌리게 된다.

 크리스가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내고, IG 매니저 소소락의 요청으로 스트리머 유웬보는 iG JackeyLove, LPL의 차세대 AD 프로게이머가 된다.

 "나는 도망치지 않아." 그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알릴 수 있을 만큼 내가 잘 싸울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야." 인터뷰에서 e스포츠를 선택한 취지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17세의 나이로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가 된 소년은 큰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 앞길에 지기가 없음을 걱정하지 마라, 천하에 어떤 이가 당신을 모르겠는가?

 

 

 

 

 

4.

 "2016년 NEST컵이 그의 첫 대회였고, 저희는 단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했죠.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재키러브가 화장실에 혼자 숨어서 울고 있었어요. 왜 울었냐고 물어보니, 그가 대답했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이렇게 크게 기대해주고 있으니까, 마치 제가 챔피언이 된 기분이었어요.'" IG 매니저 소소락은 프로 데뷔 초 재키러브의 데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는 이 아이가 자라면 '비범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해 iG는 웨이보로 세 명의 새로운 선수를 발표한다 : 자격정지 리스트에 오른 선수가 한 명 있었고, 나머지는 LPL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이 웨이보는 당연하게도 수많은 이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재키러브가 벤치를 지킨지 5개월, 그는 드디어 첫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NEST 인비테이셔널은 선수 연령 제한이 없었다.

 

 재키러브의 생애 첫 대회 데이터는 그닥 눈에 띄지는 않았다. 데뷔하자마자 우승하고 결승전에서 쿼드라킬까지 낸 게 신인 치고는 나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니저 소소락이 묘사한 재키러브의 성격은, 팀 선배들에게 우승을 안겨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5.

 재키러브는 2018년 스프링까지 두 차례의 NEST 우승컵을 차지했고, 마침내 만 17세의 나이로 LPL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 데마시아컵에 출전했을 때, 전 제가 준비됐다고 생각했어요; LPL에 나설 준비가 되었으니, 어디까지 내가 할 수 있는지 보자고 생각했죠. 하지만 데마시아컵에서의 패배로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된데다, 개막전에서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제 자신을 의심하게 됐죠."

 "하지만 제게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계속 저를 격려해줬고, 덕분에 저는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데다, 18연승을 달성할 수 있었죠."

 준결승전, iG는 RNG를 만났다. 재키러브는 같은 소년 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유명했던데다, 2018년 좋은 컨디션으로 명성을 떨칠 대선배 Uzi를 마주하게 된다.

 "패배가 두려웠어요. RNG를 상대하기 일주일 전부터, 매일 밤 잠들기 전 경기에서 지면 어떡하지 싶어서 겁에 질렸죠. 지금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우지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걱정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예정대로 찾아왔다. 일주일간 마음고생을 했던 재키러브는 마지막 세트에서 자야로 우지를 급습했지만, 오히려 바루스에게 거리를 내준 뒤 4명에게 붙들렸다. 평타와 Q 한 방이 그를 없애버렸다─그는 점멸마저도 쓰지 못했다. 이 공격으로 iG는 무너졌고, RNG는 5분 만에 바론을 처치하고 그들의 본진을 밟으며 스프링 결승 문앞에서 그들을 막아냈다.

 18연승의 총패군(정규시즌 18연승을 달리다 다전제 전패로 그 성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순위인 최종 4위를 차지하면서 붙은 별명)──재키러브는 자신의 죽음으로 플레이오프를 마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이들의 정규시즌 전적을 생각해보자면 더욱 암울했다. 이는 4년 만에 LPL 결승에 진출한 iG의 핵심 루키가 겪은 7번째 포스트시즌 패배이기도 하다.

 차세대 주자들이 가져온 정규시즌 연승의 희망이 깨지고 걷잡을 수 없는 실의가 루키를 덮쳐왔다. 프로 선수로서 거의 모든 순간에 있어 밝게 미소 지어왔던 그는, 패배하는 순간 얼굴을 가린 채 통곡했다.

 

 

 루키의 눈물을 마주한 어린 재키러브는 이런 순간에 대처해본 경험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루키의 자리 뒷쪽으로 돌아가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를, 그리고 사과를 전하려 하는 것뿐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날 밤 늦게 재키러브는 당시 순간에 대해 웨이보를 작성했다. "프로선수로서 왜 중요한 경기에서 겁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의진이 형에게 미안하고, 그가 우는 걸 보며 무척 슬펐다. 여러가지로 많이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다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팀 동료들이 있다. 우리 팀에겐 무한한 희망이 있다. 나 자신도 스스로를 잘 고쳐나가서 서머 시즌을 맞이할 것이다. 늘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도 감사하고, 나라는 사람은 아직 더 나아질 수 있다. 힘내자."

 "나는 아직 더 나아질 수 있다, 스스로를 잘 고쳐나가겠다."

 아직 표현이 서툰 청년에게 있어, 이 말은 팀의 선배이자 형에게, iG를 사랑하는 팬들을 향한 스스로의 약속이었다. 지금까지도 웨이보에 남아 있는 이 약속은 그의 마음에 뿌리를 내렸고, 그의 태도와 행동에도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6.

 "프로는 반드시 승리하고 싶어한다. 승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통 사람의 서너 배라면,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2018년 서머 시즌은 AD가 원거리 딜러로서의 의의를 잃은 시즌이다. 그의 나이 17살의 두 번째 공식적인 시즌에서, 재키러브는 실제 행동으로 이 다섯 글자를 모두에게 알렸다 : "이기고 싶다."

 그는 스웨인과 오리아나를 플레이하기 시작하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팀을 위해 '개' 노릇을 하며, 스스로의 플레이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를 이기는 게 좋은 거다'라는 자세를 추구했다. 그가 마침내 서머 결승 무대에 섰을 때, 그들의 앞에 선 RNG는 역대 최강이었다. RNG 선수들은 리프트 라이벌즈부터 MSI, 아시아게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고, Uzi는 뛰어난 활약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가장 까다로운 기록을 달성하고 있었다.

 선배이자 라이벌인 Uzi를 마주했을 때 소년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결승 1세트에서 재키러브는 상대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있었지만, 애쉬로 플을 써서 카이사와 교환하려다 다시금 역으로 킬이 나 무릎을 꿇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결승의 스코어가 2:3으로 확정되었을 때, iG는 3, 4세트에서 2점을 만회했지만 초조해하던 iG는 결국 RNG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날 밤 iG를 따라 함께 야식을 먹으러 간 가게에서, 재키러브에게 그가 1세트에서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었더니 상대가 우지여서 충동적으로 그랬다는 답이 돌아왔다.

 '폭사형 AD'는 재키러브의 '미숙'에 대한 여론의 여러 의견들 중 하나이다. 그들의 경기를 본 관중들 중 거의 대부분이 싸움도 많고 스타일도 사나운 이 팀이 천재적인 선수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최고의 무대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씩 무력을 겨루는 상황에서, 어리고 미숙한 전신(戰神)과 함께하는 것은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재키러브와 그의 팀원들은 8강에서 한국의 첫 번째 시드, 우승 후보, 그 어느 상대보다도 LPL에 익숙한 명장이 많은 KT를 만나게 된다. 2-0으로 매치 포인트를 달성한 iG는 3세트 서로의 백도어에서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다──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소년이, 경험 많은 명장에게 당하는 좌절이라는 상황은 다시금 두 번째 패배라는 연쇄반응을 낳으며, 쌍방은 결승전 5세트까지 이르렀다. 재키러브는 동료들과 이야기하며 핫팩을 손에 쥔 채 웃는, 긴장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쯤하면 됐잖아. 패배한다면 이게 우리의 마지막 롤드컵이야. 그러니 후회만 안 남도록 잘 싸우고 싶어."

 

 

 마지막 세트, 32분 01초.

 "리그 오브 레전드 S8 8강에서 IG가 3:2의 스코어로 '슈퍼팀' KT를 격추한 것에 어떻게 평가하느냐"란 질문에 대해, 그날 밤 회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전도 그렇고, 처음 몇 차례 경기에서 아수의 활약이 무척 걱정스러웠어요. 이 녀석은 ADC를 무슨 암살자처럼 플레이하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에서 오히려 실수를 저지르기가 쉬웠으니까요.

 하지만 KT와의 5세트, 미드의 한타에서 IG의 승리가 결정되었죠.

 JackeyLove: 앞플을 썼고, 쿼드라킬을 냈어요. 주저는 없었죠.

──

 아마 나는 이 급발진 때문에 언젠가 또 실수를 하겠지.
 그렇지만 난 절대로 겁이 난다고 평범해지진 않겠어!
 절대로!

 이 장면의 데자뷰가 우리에게 무엇을 떠오르게 하나요?
 저는 미소지으면서 궁을 겨누던 이즈리얼의 트리플킬이 생각나요. 우지가 베인으로 과감하게 1:5를 하던 게 떠오르기도 하죠.
 ──이게 바로 우리 팀의 월드 챔피언십에서의 활약상이고, 질주는 멈추지 않아 이대로라면 하늘의 무지개라도 꿰뚫을 것 같아요.
무척 그립네요.
 이 LPL은, 정말로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아요."

 오히려 재키러브는 이 일에 대해 평소처럼 대충대충 대답했다 : "혹시나 실수해서 문제라도 생겼더라면 내게 있어서 욕을 먹는 게 무척 정상적인 일이다. 오늘 내가 제일 마지막 세트에 딱 한 번 잘했다고 누가 날 욕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지금 당장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처럼. e스포츠란, 네가 잘해도 널 욕하고, 못하면 더 죽어라 욕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그의 앞플은 iG 내지 LPL의 인과선의 흐름을 확실히 바꿨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 TheShy는 이후 경기에서 젊은 천신으로서 강림했고, Baolan은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라칸의 유혹을 보여주었으며, Ning은 처음으로 월즈 F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Rookie는 고향에서 LPL 팬들을 향해 눈물을 쏟았다──한때는 미안한 마음에 제대로 위로하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형의 어깨에 손을 맞잡던 소년은, 찬란한 금빛의 비 아래에서 그가 일찍이 늦은 밤 약속했던 것을 실천에 옮겼다.

──"나는, 아직 더 나아질 수 있다."

박옥은 그릇의 아래 깊이 감추어 있고, 주머니 안의 송곳은 천을 뚫고 나오는 법이다.

 

 

 

 

7.

 2019 스프링 시즌, iG 팀 역사상 첫 LPL 트로피를 안았던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는 MSI 조별리그 시작과 함께 9연승을 달리다 준결승에서 TL에게 무릎을 꿇었다. iG의 서머 시즌은 기복이 심했고, LPL의 MSI 2연패 실패에 모자라서 월드 챔피언십 진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너무 많이 져서 익숙해졌죠. 좀 자면 될 것 같네요."

 "그런 부담감에 적응해야 할 것 같아요. 정규시즌 컨디션도 별로인데다 플레이오프에서 잘못하기라도 하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저는 제 컨디션에 있어 빠르게 적응할 거예요."

 서머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한 재키러브의 대답은 그 나이대 청년다운 가벼운 분위기와, 프로로서의 자기반성과 자율적인 단속이 돋보였다. 2019년 스프링-서머 두 시즌에 걸친 그의 프로 활약에 있어, 이러한 '프로다운 태도'는 그의 언행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몇 번씩이나 '폭사'를 거듭해 팬들의 걱정을 불러일으키던 소년에서, KT에게 승부수를 던진 이후, 재키러브는 안정적이고 세련된 팀 내의 캐리라인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탈바꿈은 하루아침에 꽃이 피어나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1년 내내 이렇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이다. 다들 알다시피, 현재 그는 18세로 LPL에서 그의 커리어가 시작된 지 2년째이다.

 스프링 시즌 우승 포인트를 획득하고, 흔들리던 서머 시즌을 뚫어내며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었던 iG는 《리그 오브 레전드》 8주년 무대에서 이틀 간의 BO10 일정을 소화했다. iG의 팬들에게 있어, 얼마 지나지 않은 그 10번의 전투는 고통스러운 추억이자 자신감의 시작이었다. 지난 해 LPL에 기적을 일으킨 팀은 마침내 2019년 말, 이야기의 종막 그 시발점에 섰다.

 재키러브를 믿고 응원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그는 BO10 막판 좋지 않은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팀 선배 송의진이 모범을 보였듯 시즌 내내 보여준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모습이었다.

 ──이제는 유웬보를 믿어도 좋다.

 비록 너와 나 모두 그가 고작 18세라는 것을 알지만, 이건 그가 세계 챔피언이 된 첫 해이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싶네요." 재키러브가 말했다.

 소년다운 가벼움과 산뜻함보다 프로로서의 자신감과 믿음직스러움이 더 크다 : 그는 스스로의 말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