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기 전 — Tian & Knight9

 

 

원문 링크

 

 

 

친구여, 나는 너와 잠시뿐만 친구였더라도, 친구여, 나는 너의 영원한 친구로 남을 거야.

이상하게도 과거는 차마 돌이켜볼 수 없지만, 그리움이란 언제나 곁에 있는 법이다.                ——《最佳损友》

 

 

 

 

1.

 

 2000년 5월 22일. 2000년 7월 24일.

 장시성 핑샹. 산둥성 웨이하이.

 내성적, 수줍음. 총명함, 냉정함.

 TOP의 미드, 라인전의 패왕. FPX의 정글, 섬세한 컨트롤.

 ID——Knight9. ID——Tian.

 《리그 오브 레전드》의 중국 최고 무대인 LPL에서 활약한 두 선수, 줘딩과 가오텐량은 서로 친구가 되기 전 서로 닮았지만 다른 방식으로 17년을 보냈다.




 2.

 

 현재 년도에서 2000을 빼면 나이와 같아지는 밀레니엄 태생인 아이들은 자신들이 '몇 살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무척이나 선명하다.

 두 살 때 가오톈량은 가족과 함께 고향인 옌지를 떠나, 조선 문화가 가득한 자치주에서 공기 맑은 해변으로 가게 되었다. 그의 기억은 산둥성 웨이하이에 머무른다. 그는 세 살 때 컴퓨터를 접하고 아버지와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 커맨드 앤 컨커 : 레드 얼럿,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등의 게임을 즐겼다.

 

 

 가오톈량은 증조할아버지, 친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3대째 의사인 버젓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가 있다는 건 달콤한 고민과도 같다. 어릴 적 감기에 걸려 열이 난 가오텐량은 단 한 번도 병원에 간 적 없이 전부 아버지가 치료해주곤 했지만, 그 나이대의 아이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딱히 아프지 않더라도 학교를 땡땡이 칠 핑계도 댈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새로운 걸 접하기를 좋아하셔서, 진료소를 연 후 한가한 시간에는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놀고는 하셨다. 가오텐량이 바짝 뒤쫓아갔지만 아버지를 이길 순 없었다.

 "제가 세 살 때까지만 해도, 그는 엄청 게임을 잘했으니까요."




 3.

 

 2003년, 장시성의 핑샹에서 태어난 세 살짜리 어린이 줘딩은 아직도 컴퓨터 게임이란 게 뭔지 모른다. 2년이 지난 후에야 그는 집에서 천 위안에 사온 낡은 컴퓨터에 로그인하여 몇몇 웹 게임을 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중고 컴퓨터였고, 다른 이들이 헐값에도 사고 싶지 않아하던 컴퓨터이다. 그걸 돈을 주고 산 사람은 줘딩의 아버지였고, 그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서 이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데에 쓰려고 했다. 2005년 4월 26일 새벽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60레벨 버전이 공개되었다. 이 컴퓨터는 그 연식으로 도저히 그 게임의 메모리를 버텨내지 못했고, 같은 화면에 잡힌 게이머는 1초 이상 화면이 멈추는 걸 볼 수 있었다.

 집에 있을 때 어머니가 컴퓨터 사용을 금지했는데도 아버지는 자주 인터넷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한편 어릴 적부터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줘딩은 컴퓨터를 하고 싶었지만 PC방에 갈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았다. 나중에 천 위안의 낡은 기계가 도태되어 사라지고, 2~3천 위안의 노트북으로 바뀌자, 어머니는 노트북을 집 구석구석에 감춰두었고, 줘딩은 방을 하나씩 뒤져가며 몰래 그것을 가지고 놀았다.

 노트북은 여전히 렉이 걸렸고,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접하고 나서 더욱 그랬다. FPS는 늘상 30-40을 넘나들며 지금까지도 100을 넘지 못했다. 한타가 시작될 즈음엔 낡은 컴퓨터로 돌리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회귀하는 것만 같았다. 줘딩은 할 수 없이 팀원의 뒤를 쫓아다니기만 했다.

 

 

 "당시 게임할 때 한 번 라인전에서 지면 절대 한타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라인전만 하고 라인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었어요." 주변의 반 친구들이 모두 골드~플레티넘이었을 때, 그는 한 서버의 다이아몬드에 올라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하다가 이후에 8서버로 가 최고 랭킹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 노트북에 남은 그의 최고 전적은──마스터 3, 4백 점이었다.

 그의 아버지의 직업은 바둑 선생님이었고, 줘딩의 한 글자 이름이 '定(정할 정. 정석定石에서 따온 듯)'자로 정해진 것이 아버지의 포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바둑 선생님의 생활 자유도는 자가 개업의와 맞먹었고, 가끔 수업이 없을 때 아버지는 어린 줘딩에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대신 싸워달라고 하곤 했다. "싸우다 보면 가끔씩 이 사람의 딜이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건지 눈치채게 돼요." 줘딩의 경우, 수십 명이 뭉쳐 함께 싸우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만큼의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조금 더 자기 중심적인 게임 방식을 선호했다──"혼자서 캐리할 수 있는 게 좋아요."




4.

 

 학창시절 자신의 성적에 골머리를 앓았던 줘딩과 달리 가오톈량은 어려서부터 나이가 들 때까지 '공부의 신'이란 신분을 유지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그의 성적은 전교 10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고, 평소에도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 다른 학생들이 복습을 위해 쓰는 시간을 컴퓨터 게임으로 활용했다. 그의 공부 비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돼요."

 산둥에서는 5년제 초등학교와 4년제 중학교를 운영한다. 중2~중3 때 DOTA를 접한 가오톈량은, 자연스럽게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흘러들어가게 된다. 열세 살의 가오톈량의 티어는 골드에서 다이아몬드까지 오르게 된다. 그는 모든 포지션을 플레이했고, 그 중에서는 특히 리 신처럼 조작성이 있는 챔피언을 선호했다. 여유로운 성적 때문인지 가오톈량의 부모는 아들의 컴퓨터에 대한 제한시간이 느슨했고,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 가오톈량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학교에 가고, 주말에는 집에 가서 각종 게임을 즐기곤 했다.

 점수가 높아질수록 게임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늘어나고, 졸업을 앞둔 가오톈량은 복습을 하지 않으면서 성적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더욱이 고등학교의 입학 시험에는 체육 시험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는 몸이 너무 말라 합격하지 못했고, 담임선생님과 다른 교사들의 높은 기대와 자신에 대한 학우들의 충고, 스스로에 대한 말할 도리가 없는 자존심에 가오톈량의 내면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나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비전이 없지만,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하고야 말겠어."

 

 

 2015년이 되었을 무렵, 게임만 하던 그는 LPL 경기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2015년은 LPL이 한국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시대이자 토종 올드-신인 게이머들이 총출동한 해였다. 2015년 여름방학을 전후해 가오톈량은 EDG의 MSI 우승을 지켜보았다. LPL의 공식적인 세계대회 첫 우승이자 결승에서 SKT와 5세트까지 합을 주고받으며 고전한 마지막 세트에 나온 Clearlove의 이블린, PawN의 모르가나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

 LPL의 6년 동안, 많은 선수들이 새롭게 떠올랐고 또한 기억 너머로 가라앉았다. 그 당시 데뷔한 300여 명 정도의 긴 리스트에 과연 몇 명의 선수가 "Clearlove"라는 ID에게 이끌렸을까? 가오톈량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EDG의 우승 직후 그의 가슴에는 전에 없던 설렘이 맴돌았다. 클리어러브의 활약을 보게 된 이후 그는 다시는 다른 포지션을 플레이하지 않았다. 4년이 지나고, 오늘날의 가오톈량은 마침내 한때 Clearlove가 호령하던 무대에 발을 딛었고, 한때 그를 고무시켰던 선배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 당시의 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아직까지도 변함없는 느낌이에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운명이라고 생각했죠. 저는 스스로 깨닫고 있었어요, 결국엔 이렇게 될 거라는 걸.“




 5.

 

 장시성의 핑샹에는 인터넷상에서 검색했을 때 나오는 PC방의 수가 대략 110여 개에 달하며, 이 외에도 도시에 작은 PC방 여럿이 존재한다.

 소년들이 가상세계를 즐길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 그곳엔 Yagao라는 ID를 가지고 있는 소년이 상주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PC방 사장과 관계가 무척 돈독하여 사장은 그에게 항상 작은 혜택을 주었고, Yagao도 PC방의 단골 손님이 되어 그곳 소속으로 PC방 대회에 참가하여 상금을 벌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PC방에 말수가 적은 또 다른 앳된 소년이 나타났다. 외삼촌의 인솔 하에, 그는 과거에 감히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이곳에서 그의 게임 실력을 시험해 보게 되었다.

 

 

 이 소년이 바로 줘딩이었다. 옆에 친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대는 PC방이 "답답하다"라고 생각했으며, 집에서 혼자 컴퓨터 게임을 하던 것만큼 편안해하지 못했다.

 그때의 그는 막 고등학교 과정을 수료한 상태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그의 부모는 줘딩이 학업을 계속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실업고에 진학하게 되었다. 주변 환경이 바뀌었고, 함께하던 동창생들은 더 이상 이전처럼 어울리지 못했으며, 그의 내성적인 성격은 줘딩이 새로운 학교에서 1년이 지날 동안 친구 한 명 사귀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모든 것이 잘 흘러간다면, 그가 졸업장을 받고 학교를 나서는 순간은 5년 후가 될 것이었다.

 두세 달 후,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에게 제 심정들을 모조리 쏟아내며 갈등을 겪었다.

 줘딩을 구한 건 '자기를 돌보는 걸 너무 좋아하고, 자기도 좋아했던' 어른 외삼촌이었다. 그가 학업을 중단한 뒤에는 친외삼촌은 조카인 줘딩을 데리고 현지 PC방에서 다양한 종목에 출전해 그에게 게임의 진로를 찾아주고파 했다. 반년 넘게 PC방에서 연습하는 동안 워낙 재능이 출중하던 줘딩은 크고 작은 대회에서 수상해 이름을 날리면서 자신감을 키웠고,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가 "같이 프로게이머를 할 마음이 있는가"라고 묻기까지 했다.

 과거 게임할 때 줘딩은 프로게이머라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드디어 그에게 기회가 왔다. 짐을 싸서 장시성 핑샹에서 안후이성 우후로 떠난 줘딩은, 당시만 해도 LPL보다 두 단계 아래인 리그였지만 그곳에서 진정한 의미의 프로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6.

 

 줘딩은 핑샹에서 우후로 왔고, 가오톈량은 웨이하이에서 광둥으로 갔다. TGA에 관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해 실패라는 쓰라린 결말을 맺는다.

 줘딩의 첫 번째 시티 토너먼트는 한 라운드에 불과했고, 가오톈량의 첫 번째 시티 토너먼트는 PC방 경기에서 떨어져 몇 개월을 노력하였는데, 두 사람이 마지막에 받아든 결과는 비슷비슷했다. 2016년 말 한 차례 TGA 패배를 겪은 가오톈량은 집에서 쉬면서 자신의 랭킹 점수를 국내 랭킹 10위 안까지 올려두었고─이를 스트리머인 샤오마가 주목했다. 샤오마는 그에게 PDD에게 가고 싶냐고 물었고, 그는 동의했다.

 당시 YM은 PDD 소속의 팀으로, 이제 막 두 번째 LSPL 준우승을 차지한 상태였다. YM은 서포터였던 Ming이 RNG로 떠나면서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었다. 스트리머인 샤오마가 발굴한 신인 중엔 가오톈량 외에도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

 상하이에 도착했을 대, 가오톈량은 PDD의 집에서 묵으며 매일 랭겜을 돌렸고, 한 달 뒤 YM 기지로 이동했다─숙소는 PDD의 집과 겨우 3층만큼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줘딩을 만났다. YM에서의 만남은 밀레니엄에서 태어난 두 소년들의 우정의 시작이었고, 둘이 친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이와 동시에 끝이 났다.

 

 

 "둔하다," 이는 가오톈량이 가진 줘딩의 첫인상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약간 멍청하게까지 보이는 이 소년이 게임에 있어서는 극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티 토너먼트를 치르기 전 가오톈량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참패라는 성적을 받은 후 그는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이후 줘딩을 만났을 때, 그는 상대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서로 호흡이 잘 맞는 날엔 두 사람은 항상 인게임 이야기로 토론했고, 줘딩은 가끔 그에게 욕을 먹곤 했다.

 2018년 YM에서 한 시즌 동안 정글-미드를 뛴 둘은 나란히 SN에 입단했다. 스프링 시즌 동안 출전하지 못한 가오톈량은 친한 친구가 무대에서 뛰는 것을 보며 씁쓸한 심정이었다. 서머 시즌 직전, 줘딩은 계약 때문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단 통지를 받게 된다. 밖에서 숙소까지 걸어 돌아온 줘딩에게, 가오톈량은 아까 울었냐며 불쑥 물었다──출전하지 못할 것 같단 느낌을 그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줘딩은 2019년 스프링 시즌 개막 전, 새로운 팀인 TOP의 문 앞에 서서 갈팡질팡하며 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매니저 궈하오는 이 선수에게서 Faker의 순수함을 보았다고 말했다; 가오톈량은 짐을 싸서 TOP 숙소에서 멀지 않은 FPX를 찾았고, 스프링 시즌 퍼스트 팀에 선정되면서 동료들과 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줘딩과 가오톈량은 첫 시티 토너먼트에서부터 LSPL, LPL을 거쳐 마침내 리그의 가장 높은 무대에 섰다. 지금도 Knight9의 아버지는 아들의 경기를 보며 "너 여기서의 데스에 문제가 있어"라며 아들과 제대로 토론하곤 한다; 반면 Tian은 부모님이 자신의 경기를 보는 걸 그닥 바라지 않았는데, 평소 부모님 앞에서 '여유로운 척'하는 게 습관이 된 지라,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교정을 떠나 e스포츠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이들과 같은 높이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의 우정은 더욱 운이 좋았다──이들은 여전히 같은 무대에 머무르며 서로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Knight9는 인터뷰 때마다 그의 좋은 친구로 Tian을 언급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Tian은 좀 더 시크해 보였다.

 "우리 둘은 서로 격려할 게 없으니, 그냥 같이 화이팅하자." 마지막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